은유의 글쓰기 상담소 21. 글을 마무리 짓기가 항상 어려워요.
p. 140
중요한 것은 어떤 식의 마무리라도 글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독자에게 메시지를 환기하면서 끝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죠. 과정이 안 좋은데 끝만 좋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마무리도 글 쓰는 과정의 일부임을 상기하시고요. 조금 더 뒷심을 발휘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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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질문을 책에서 읽고 글을 쓸 떄 하는 생각 프로세스가 있다. 몇 가지 질문과 답으로 이어져있다.
질문 1. 저 질문에 대해 은유 작가는 어떻게 답을 했나?
질문 2. 나는 저 질문에 대해 어떤 생각 / 에피소드가 떠오르나? 그리고 그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질 나의 관점은 어떠한가?
질문 3. 이 질문이 글쓰기가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로 확장한다면,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는가?
질문 4. 이 질문이, 챗GPT(대화형 인공지능 모든 것을 말하고 싶음) 과 하는 행위를 통해 없어지거나 변형될 가능성이 있을까? 그 것은 저 질문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어떻게 바꿀까? 그것은 긍정적일까 부정적일까?
질문 1 ~4 는 순서대로 내 머릿속에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저 4가지 질문 중 맺히는 주제가 있다면 그 주제로 되돌아와 글을 쓰곤 하는 것이다. 보통 1번을 지나 2번에 대해 글을 쓰고 싶어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 3번의 사유이나, 이 내용만으로 글을 쓰다보면 추상으로 빠지곤 한다. 설령 3번에서 머물더라도 되돌아가 2번을 떠올리거나 아니면 4번에 대한 질문을 한다. (4번에 대한 생각을 떠올리는 건, 스스로 연재하겠다고 다짐한 AGI미래괴담 이야기 떄문이다)
오늘은 그 중 3번, 나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연결시켜 글을 써보려 한다. 앞 부분을 읽을 때는 생각치 못했던 내용이, 글 마지막에 크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은유 작가는 자기의 글 마무리 하는 여러가지 방법을 알려주고 그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방식 하나를 언급했다. 영화형 마무리 라고 말하는 것이다.글의 주된 정서를 제공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 특정 상황을 보여주듯 쓴 글롬 ㅏ무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독자 스스로 의미를 챙겨하는 방식의 마무리가 더 아름답다고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해주었다. 그 부분이 충분히 작동했다. 그녀의 마지막 부분의 글을 읽다보니 '마무리를 하지 않았던, 뒷심을 발휘하지 않고, 내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무엇인지 제대로 환기하지 않았던 지난 날들'이 파노라마 처럼 기억이 밀려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최근 발표자료도 문서도 그랬다. 나의 꿈을 이야기 하던 5년 전도 그랬다. 타인에게 나의 이야기를 하다 주제가 넘어가면 말끝을 흐리고 그 맥락을 파악하려고 하던 평소 습관과도 닮아있었다. 내가 원하던 원하지 않던 나도 모르게 자꾸만 마무리를 짓지 않고 넘어왔던 '여러번의 커뮤니케이션' 장면들이 뇌에서 작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의 글은 그녀의 커뮤니케이션 습관과 닮아 있을 것이다. 나의 글이 내 모습을 '어떻게든' 보여주고 있는 것일테니 말이다. 나는 어떤 마무리를 좋아했더라? 나의 메시지는 어떤 식으로 환기했을 때 사람들에게 더 잘 먹히더라? 라는 고민이 필요할 때다. 학생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살아왔다. 나의 말끝을 좀 흐렸을 때, 나보다 더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의 '끼어듬' 을 나도 모르게 원했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아니라 타인이 잘 정리해주었을 때, '아- 다행이야' 라고 생각했던 바보같은 나날도 눈 앞을 지나간다. 타인에게 마무리를 맡기던 때, 그건 학생 때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게 분명하다. 졸업을 하고 나만의 퍼포먼스를 내기 시작했다면, 나도 나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 나는 영화형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데는 낯설다. 어색하다. 나 대신 마무리를 해줄 존재가 없기에 스스로 마무리 지어왔던 지난 100일하고 며칠도, 아직은 약간 수동적인 모습이 남아있다. 타인이 없기 때문에 내가 나서는 것이 아니어야만 한다. 타인의 여부와 상관없이 나의 글과 이야기는 내가 마무리 지어야 한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은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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