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룰 수 있는 만큼 미뤘다

사업일기7일차

by 크게슬기롭다

매주 화요일, 함께 사업을 고민해온 다른 대표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는 시간이 있다. 함께 수업을 들었고 각자의 사업을 진행하는 일을 중간에 공유하는 것이다.


다른 대표님들의 발표를 하나씩 들었고 마지막 내 차례가 되었다. 이번주 현황을 이야기 하면서, 고민거리를 말해야 했다. 앞서 다른 대표님들의 이야기를 한참 들은 나는, 큰 문제가 없다고 스스로 느꼈다. 그래서 덤덤하게 이야기 했다.


"아 저는 A 제품 만들던 것 마무리 단계에 있어요. B제품은 지금 거의 마무리 단계이고요. 새롭게 C와 D를 하려고 합니다. 고민은 글쎄요 딱히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러자 내 이야기를 들은 한 대표님이 이야기를 꺼냈다.


"A, B 완성도 안되었는데 C와 D를 하시는 이유는 뭐에요?"

"혹시 판매할 때 판매못할까봐 겁나는 건 아니에요?"

"지금 상품화 단계까지 가지 못하는데, 조금씩이라도 가보려 해야 할 것 같아요"


나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내가 방치해둔 악습이 하나있는데, 그녀석 때문이었다. 자기 만족으로 서비스를 만든다는 것. 그리고 마무리를 짓기 위한 마지막 80% -> 100% 까지 가지 못한다는 사실 말이다. 누군가에게 어떤 '검사'를 맡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분명 내가 100%를 해가도 틀린 부분이 발생할 터, 어린시절부터 그렇게 행동했다. 내가 완전하게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만 100%를 다해 기를 쓰고 해냈다. 그렇지 않은 부분, 그래서 그닥 마음에 들지 않던 것은 열심히 하지 않았었다. (수학은 열심히 풀어 100점은 맞았지만, 국어에서는 오답풀이조차 안하던 사람)


"80%까지는 어찌어찌 가겠는데, 100%까진 못가겠어요. 연습이 안되서 그런가. 저도 이게 제 습관인걸 알거든요? 근데 안고쳐지네요. " 라고 대답했다.

게다가 그 말도 맞았다. 판매를 안한다느니 -- 못한다느니 말장난 같은 대답을 덧붙였지만, 되돌아보면 그 말이 맞았다. 판매할 만큼의 상품을 만들고 싶지 않은 느낌이 있었다. 판매가 안될거라는 무의식이, 그 엄청난 무의식이 계속해서 나를 가로막는 게 아무래도 맞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또 다른 대표님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왜 A를 안하시는거에요? B는 부차적인 작업 같고... 아무래도 A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나는 A가 나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고 솔직히 이야기 했다. 완전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탄생부터 죽음까지 내 손으로 한 것만 나의 것이라는 그 이상한 감각을 갖고 있는 나에게는, 누군가의 제안으로 시작된 서비스는 나의것이 아니라고 무의식 속에 배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가 먹던 것을 먹지 않겠다고 한창 칭얼대던 어린시절이 또 떠올랐다. '온전한 나의 것' 은 타인 그 누구도 손대지 않은 완전 무결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던 나였다. 나의 것이 아니라고 옆으로 밀어둔 것이다. 게다가 말을 하며 깨달은 것이 있는데, A를 하는 것 자체를 크게 부담으로 느끼며 멀리하고 있었다. 그저 제 3자가 들으면 핑계같은 말들을 뱉어냈다.


"제가 늦게 쓰레드를 쓰니까 점점 A랑도 멀어지고요, 글이 삭제되서 정떨어진것도 있고요..."


머릿속에 기생충이 아주 잔뜩 들어있었다. 아주 논리정연해서 스스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가져다 대기도 했다.


다른 대표님이 질문했다.


"대표님의 사명이 뭐였죠? 창의력... 이야기 했던 것 같은데, 그 A제품이 창의력을 길러주는 게 정말 맞나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대답했다. "맞아요 제 머릿속에서 정의하는 창의력은 레퍼런스 참고해 글을 쓰는 거랑은 너무 다른 거죠. 저는 그래서 그게(=내 제품이) 창의력을 길러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라고 말하며 정확하게 내가 만든 제품을 스스로의 신념-사명으로 부셔버렸다. 가장 멍청한 대답을 한 것이다. 나는 사람들이 자기만의 창조력을 가진 환경을 구축해주고 싶다면서, 결국 내가 만든 것은 나 조차 동의하지 않는 어떤 서비스에 불과했다. 신념-사명과 일치하지 않았다.


창의력/창조력이라는 단어가, 레퍼런스 따라하기 라는 문구와 같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왔다. 나만의 관점으로 '왜 타인의 좋은 글을 따라하는 행위' 가 '반복적이고 불필요한 시간을 줄여주면서 나의 창조력을 키워줄 수 있는지' 에 대한 답조차 내리지 못하는 건 솔직히 말도 안되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나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실행력이 좋은 대표님이 덧붙여주었다.


"스스로 A를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고객에게 파는 것은 정말 말이 안되는 것 같은데요. 이미 3주에 걸쳐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하지 않으셨잖아요. 지금이라도 앞으로 1주일 동안은 스스로의 쓰레드를 A서비스를 사용하며 진행해보세요. 어떻게 효과를 봤는지 스스로 정말 느껴야 할 것 같아요. "


그렇게 내 차례의 발표가 마무리 되었다. 이렇게 마무리된 이야기를 가만히 놔둘 수 없었다. 나의 방식대로 다시 정리했다.




먼저, 나만의 원칙에 몇 줄을 더 추가했다.

1.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었다면, 10명에게 판매는 무조건 한 다음에 종료하건 유지하건 한다.

2. 페이먼트 핑계 대지말고, 먼저 팔고 나중에 상품을 전달하라.

3. 신념-사명과 "어떻게 연결" 되는지 꾸준히 질문하고 답변하며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나를 닮은 서비스 A를 그냥 공개하기로 했다.

못나고 부끄럽게 생긴, 완성도는 떨어져버린 이 녀석을 또 다시 세상에 내놓기로 했다.

th-engine.com


마지막으로, 새벽 3시까지 고민을 피해 한참 유튜브 쇼츠의 세계에서 항해를 하다 되돌아왔다. 결국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 잠을 못자더라도, 이번주의 글을 쓰고 나의 사업일기를 이런식으로 남기려 한다. 그리고 0.5초만에 실천해야 한다는 ... 어느 1:1 컨설팅 속 문장을 떠올리며 오늘의 쓰레드 5편도 써서 남겼다.



7일만 하겠다. 그리고 결과를 보겠다. 애정을 붙여보겠다. 그리고 이 A를 어떻게 할지 판단하겠다.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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