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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Jan 24. 2022

불멍 대신 디즈니멍

디즈니 애니메이션 단편 모음 <방안의 코끼리>를 보고

어린 코끼리 한 마리와 어린한 명이 나온다. 둘은 바나나 농장 주변에 살면서 바나나 수확을 하고 있다. 코끼리는 밤마다 집 바깥 다른 코끼리 울음소리를 듣지만 차마 나가지 못한다. 린이가 저 멀리 바나나를 수확하러 갔던 어느날, 코끼리 떼를 잔뜩 몰고 집으로 돌아온다. 코끼리 떼는  앞의 작은 코끼리를 보고 걸음을 멈춘다. 작은 코끼리 등에 있던 사슬을 풀어주니, 작은 코끼리는 코끼리 세상으로 향한다. 




음악과 영상, 이야기 한 편이 완벽하게 떨어진 영상이었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좋다. 몇 번을 다시 돌려봤다. 따뜻한 느낌의 그림체, 정글과 농장을 떠올리는 음악, 그리고 작은 어린이들이 각자의 세상으로 나아가는 이야기가 짧게 그려져있었다. 톤다운된 초록과 노랑, 귀여운 코끼리와 아이, 귀에 익숙한 듯 낯선 음악이 조화를 이루며 나에게 편안함을 가져다 주었다. 바쁜 월요일을 여기서 마무리 하라는 듯.


무엇이 나에게 평온함을 주었나 잠시 떠올려본다. 그리고 벽에 붙여놓은 사진을 바라보고 깨달았다.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자연이 화면을 꽉 채우는 구도 덕분이었다.


예전에 케이채(@kchae)라고 하는 사진가의 사진전에 간 적이 있다. 그의 사진은 몇 번 온라인으로 주문해 샀었지만, 실제로 사진을 볼 기회를 얻지 못했다. 핸드폰 모니터 화면을 너머 거대한 크기의 사진으로 보면 어떤 느낌일까 너무나 궁금했다. 성수역에서 내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진전으로 향했다. 거대한 바오밥 나무 사진이 날 기다리고 있었다. 그 옆에는 벽 하나를 가득 메울 만큼 큰 파도 사진도 있었다. 한쪽에는 신기한 열기구 사진도 보였다. 시선을 계속 옆으로, 옆으로 옮기면서 작가님의 여행을 따라갔다. 그러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 세계 3대 미항이라고 불리우는 곳이 담긴 사진도 보았다. 내 브라질 여행이 떠올라서 실컷 작가님에게 아는척하며 이야기도 했다. 빵산이 어쩌고, 이파네마가 어쩌고... 작가님의 여행기 반, 나만의 추억회상 반으로 가득찼던 사진전이었다. (종이에 프린트한 사진도 사서 집에 걸어두었다)

브라질을 떠오르게 했던 사진과, 작가님 트위터 캡쳐

그때 자연을 보며 느꼈던 편안함, 약간의 고요함과, 그 고요함을 위해 존재하는 ‘자연만 만들 수 있는 화이트 노이즈’ 소리들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이 영상이 그때의 편안함을 상기시켜준다. 꼭 한 번 저곳에 가서 몸과 마음을 가만히 두고 하루 종일 멍 때리면 얼마나 좋을까. 사람의 소리보다 자연의 소리가 더 큰 곳에 가서 마음껏 그 시간을 즐기고 싶다. 사람의 그림자보다 묵직한 구름의 그림자 아래에서, 명상 프로그램을 찾지 않고서도 저절로 명상을 하게 해주는 그런 곳 말이다. 어디일까. 언젠가 꼭 이룰 목표로 삼고, 힘들 때마다 그곳을 상상하며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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