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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Feb 09. 2022

그 문제, 어떻게 해결하실 건가요?

<인사이드 픽사 1. 영감을 얻다: 켐프 파워즈, 뭔가 진짜를 쓰다>를

디즈니에서 만든 짧은 애니메이션을 전부 다 보았다. 새로운 영상이 필요했다. 짧고, 디즈니를 설명할 수 있으면서 디즈니 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영상을 찾다 보니 새로운 시리즈 하나를 발견했다. 제목은 <인사이드 PIXAR>. 픽사 안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었는지 15분 정도로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상이다.


첫 번째, 시즌1의 첫 화는 영화 <소울>의 작가 켐프 파워즈가 그의 이야기 중 ‘막힌 부분’을 풀어내던 과정을 설명했다. 최근 들어 다양한 사람들의 ‘문제 해결 방식’에 관심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예술가의 접근 방식이 참 궁금했다. 나와 다른 분야의 다른 방식의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사람인 그는 어떤 식으로 상황을 해결해 나갈지 궁금했다.



(영상에서 소개된) 그의 문제 상황 : 주인공 조는 흑인인데 흑인의 느낌을 줄 수 있는 장면이 없었다. 단순히 흑인들의 문화를 통해 소개하거나 언어로 구사하고 싶지 않아 했다. 그는 ‘그 만의 방식’으로 흑인 문화 속 조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영상에서 소개된) 해결 방법 :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 작가 켐프 파워즈는 조를 보고 ‘머리를 깎아야 하는데’라고 생각했고, 그 캐릭터를 그대로 이발소에 데려갔다. 가족 다음으로 유대관계를 맺는 이발사가 있는 곳, 흑인 이발소에서 흑인의 문화를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어떤 직업을 갖던, 스스로가 어떻게 느껴지던 (like small man) 간에 머리를 맡긴 20분 동안은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는 공간, 이발소에 대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이발소 안에서 커뮤니케이션하는 조’를 보여주었다.



풀리지 않는 상황,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그는 자기 자신으로 눈길을 돌렸다. 실제에 가까운, 그러니까 타인에게도 충분한 설득력을 갖는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던 그가 선택한 방법은 ‘실제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묘수에는 정수로 받으라고 했던 바둑판의 이야기가 문득 떠오른다. 그의 상황에는 어떤 상대가 등장해 묘수를 두진 않는다. ‘그의 상황’이라는 타자가 ‘풀리지 않는’ 문제를 제공했다고 가정해본다면, 그는 ‘나 자신’의 이야기라는 정수로 받았다고 말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고민 속에서 캐릭터 조의 특징은 더 강화되었고, 특별해졌다.


영화 속에서 ‘조’를 한번 더 떠올려본다. 그는 가족(엄마) 또는 친구(음악 동료) , 그리고 이발소 사람들과 이야기를 한다. 가족과 직장 동료 외에 조를 설명해주는 제3의 커뮤니케이션 공간, 이발소는 조에게도 그의 삶을 이루는 소중한 공간일 게 분명하다. 만일 내가 ‘소울’ 애니메이션의 카메라맨이었다면, 다시 지구로 간 이후의 조의 모습을 담으려 그의 꽁무니를 쫒았을 것이다. 그는 지구에 도착해서, 그 이발소를 찾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까지 겪었던, 정말 말도 안 되고 설명하기도 어렵고 주변 사람들이 믿지도 않을 그 이야기, 지구별 여행기를 이발소 하루 종일 죽치고 않아 오고 가는 사람들을 붙잡고 하루 종일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모른다. 자신이 깨달은 내용과 함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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