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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Feb 12. 2022

영감을 얻기

<인사이드픽사 - 디애나 마르시에제. 중요함의 예술> 보고

캐릭터 디자이너 디애나와 그녀가 영감을 얻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었다. 그녀는 캐릭터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영감을 얻곤 했다. 영감은 항상 그녀 마음속에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가만히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생기길 기다렸다가(응축시켜놓았다가) 팍 터트린다고 했다. 그녀의 표현에 따르면 이렇다.


That it is okay to take a break
You’re resetting, because you need things to marinate, you need to collect inspiration, get out in the world.
Once that tank is full, you’ll go back to those projects, and you’ll feel renewed.
And you just fall into it, and you flow, and then you step back, and there’s this piece of art now existing in the world that was once just a thought.
마음의 여유를 가져도 괜찮아요.
일종의 재정비죠, 영감이 차오를 때까지 묵혀뒀다가 하나씩 밖으로 꺼내 쓰면 되거든요.
탱크가 충전되고 나서 다시 작업을 시작하면 모든 것이 새로워요.
다시 일을 한참 진행하다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보면 어느새 하나의 예술품이 탄생해있죠.
머릿속에만 존재하는 것들이었는데 말이에요.



그 뒤로, 그녀가 다양한 과정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실제 캐릭터가 등장했을 때 어떻게 걷게 될지 상상해보기도 하고, 누군가가 준 아이디어로 철사 공예를 해보기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옷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입고 다니거나, 카페에서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방식들을 소개한다.


정말 디즈니 스럽다고 생각했다. 디즈니의 캐릭터 아트 디렉터라면, 디즈니라는 영상의 캐릭터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행동할 것 같았던 모습이었다. 자기 자신의 내면의 힘을 믿으면서, 외부의 수많은 자극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그들 사이에서 관찰을 하는 모습이 정말 디즈니 캐릭터 같았다.  캐릭터의 디테일을 살려 표현하는 과정으로 캐릭터의 퀄리티를 높히는 것 까지, 내가 ‘상상하던 디즈니 사람들’의 면모를 정확히 갖춘 느낌을 주었다. 심지어 그가 영상속에서 입고 나오는 옷들, 화장한 모습까지 디즈니스러웠다.


영감을 주는 것, inspired 되고 inspiring 하는 것에 잔뜩 관심을 갖던 때가 있었다. 대학생 2학년이었던 시절, 행정학을 공부하다 너무 지겨웠던 나머지 문화 콘텐츠 학과의 수업을 몇 개 들었고, 그 중에서 대중문화를 바라보고 해석하는 관점에 대해 배웠던 적이 있다. 대중들의 수요 / 소비가 발생하는 지점부터 시작해, 어떻게 그들을 위한 대중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 해야 했다. 그 누구보다 창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던 나는 여기저기서 영감을 얻고 싶어했다. ted 영상을 한참 보기 시작했던 것도 그 때였다. 중고 아이패드를 사서, 아이패드에서만 제공하는 앱을 사용해보려고도 무진장 노력했다. 외국 애들이 쓰는 아이튠즈 속 앱은 뭔가 달라도 너무 다를 것이라 생각했다. 10년도 더 된 이야긴데, 그때 아이패드를 통해 움직이는 패션잡지를 보았던 것은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해리포터 영화에서 나오는 신문’같단 느낌을 받았다. 시리우스 블랙이 감옥에 갇혀있고, 얼굴만 계속 요리조리 움직이던 그런 형태 말이다. 지금에서 보면 너무 쉽게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일 수 있겠다. 그러나 그 당시엔 그렇지 않았다. 너무나 놀랍고 획기적인 방식이었다. 그 이후로도 혼자 과천 미술관을 찾아 가기도 하고, 수많은 독립영화들을 보기도 했다. 비평이 가득한 책도 읽으며 다양하게 영감을 얻었다.


그때의 나로 다시 돌아간다면, 짧은 대학시절 3~4개월의 영감 찾기로 그치지 않고 더 오랜 기간동안 스스로의 한계를 느껴가며 반복적으로 영감을 찾아보려 할 것이다. 그 영감이 찾아지던 아니던 계속, 내 머릿속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의 끝이 무엇일지 궁금해하며 반복적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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