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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Jun 22. 2022

예민함에 대하여

예민함에 대해 새로운 생각들이 드는 요즘이다. 두려움이나 불안이 많은데 의도적으로 어떤 환경에 노출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예민함 말이다. 잘 놀라고 불안해하는 성향을 갖고 태어났으면서, 의도적으로 어떤 환경에 익숙해질 때까지 노출되지 않았던 건 아닐까. 그 노출이 되지 않았던 여러 이유가 또 있겠지만 행동적으로만 보면 그렇다. 인간은 뭐든 낯선 것에 놀라고 반복적인 것에 익숙해지는데 , 감각기관에게 충분한 학습자료를 주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기계학습으로 이야기하면 콜드 스타트의 문제점에 빗대 볼 수 있겠다. 태어날 때부터 잘 놀라고 불안해하는 성격은 초기 가중치가 너무 높을 때를 떠올려보면 그대로 이해된다. 초기화가 잘못되어있는 상태에서 특정 데이터셋이 들어오면 충분히 학습될 때까지 모델은 잘못된 값을 낸다. ‘놀람’이라는 값 말이다. 그 데이터가 많아져서 ‘학습된 적정 가중치’가 되어야 하는데 그럴만한 기회가 없는 것이다.


어떤 트라우마나 이슈가 있어 그 이후로 예민함을 갖게 된 사람은 어떨까? 이것도 기계학습의 일부 개념을 가져와 설명할 수 있다. 그 사람은 local minimum에 빠진 것이다. 지역 최적화, 전체적으로 보면 최적화된 (충분히 학습된) 값이 아닌데, 최근까지 들어온 데이터셋의 특성으로 인해 모델이 학습되어 일부 구간에 빠진 것이다. 그 사람 (혹은 모델)의 관점에서 보면 최적화가 된 개념이지만, 제 3자가 보면 그렇지 않다. global minimum까지 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안타까울 뿐이다. 모델의 학습률을 높이거나, 다른 optimizer를 쓰면 그 구덩이에서 벗어날 수 있다. 타인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비율이 너무나 낮다면 높여서(학습률 증가) 다시 한 번씩 삶을 되돌아본다던가, 아니면 생각하는 방식을 변경(optimizer수정) 하면 해결할 수 있다. 예민함이라는 부분에서 한 발자국 멀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모델 학습은 쉽다. 데이터를 가지고 다시 처음부터 돌려보면 되기 때문이다. 교차 검증도 해보고 파라미터 수정도 하면서 최고의 값을 내기 위한 제 3자의 시점을 가질 수 있다. 다만 인간의 삶은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나의 기억을, 나이를 되돌릴 수 없다. 그냥 거기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데이터는 내가 노력하는 만큼 들어온다. 매일 외부의 자극을 받으려 하지 않는다면, 내가 아는 데이터만 (내가 만드는 나의 삶의 기억) 자꾸 들어오게 되고, 모델은 더 같은 방향으로만 학습이 된다. 그래서 예민함이라는 성격이 주는 불편함에서 멀어질 수가 없다. 타인의 자극이 불편해도 자꾸 수용하려고 하는 게 필요하다. 그래야 내 머릿속 모델이 학습을 하고, 적절한 가중치를 만들어 스스로 불편하게 느끼는 지점에서 나올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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