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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Sep 01. 2022

1. 로지스틱 함수와 ReLU, 그리고 인간의 감정

처음부터 저 '로지스틱' 'ReLU' 두 단어에 대해 이야기를 하거나 정의를 내려버리면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절반도 다 풀어놓지 못한 채로 집중력이 모두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인간이 가진 감정에 대한, 나와 내 삶을 둘러싼 사람들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보고 싶었다.


내가 가진 감정에 대해 깨달은 건 비교적 최근이었다. 감정에 대해 동물적으로 느끼고 살다가 이제야 좀 인간의 눈으로 감정을 이해하기 시작한 타이밍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내 마음과 머릿속에 있는 감정들은 숨겨야 하는 게 마땅하다 생각하고 살았다. 긍정적인 감정을 노출하면 '나만 즐거운 상태'가 되어 분위기를 읽지 못할 정도가 되곤 했다.  부정적인 감정을 노출하면 내 주변 사람들은 그 하소연의 무게를 미처 감당하지 못하고 떠나곤 했다. 일부는 내게 공격성을 보이기도, 그 외의 사람들은 나를 피하기도 했다. 사람들을 잃고 싶지 않았고, ‘감정적인 사람’이라는 태그가 달리는 것도 싫었던 내게 딱 맞는 방법은 ‘보이는 감정에 한계를 두는 것이었다.


아주 긍정적인 감정을 1로, 아주 부정적인 감정을 0이라고 한다면, 나의 감정 그래프는 아래와 같은 로지스틱 함수 모양을 띈다. 실제로 느끼는 감정을 가로축 x 에 있다. 그 감정은 + 무한대부터 -무한대까지 느껴진다. 그것을 있는 대로 보여주면 아무런 사회생활을 할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감정계의 로지스틱 모델'을 만들어 둔 것이다.  x를 아래 함수 f(x)에 넣어 0~1 사이의 값을 얻어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회화 된 내 뇌는 (실제 감정이 아닌) 사회화 된 감정을 끊임없이 0에서 1 범위 수준으로만 뱉어냈다. 응 그건 0.9야 너무 행복해, 그건 0.4 정도고 이젠 그만 했으면 좋겠어, 방금 네놈이 한 말은 0.001 수준이니 내가 피한다, 식으로 말이다.

문제는 ‘로지스틱 함수' 를 활용하여 과거의 행복을 찾으려 할 때 발생했다. 다이어트를 한창 하며 식욕을 절제해야 했을 때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스스로 끊임없이 좋아하는 것을 찾아 그 스트레스를 이겨내야 한다'는 주변인의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 정말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열심히 떠올렸다. 최근의 일들, 좋아하는 가수의 신곡, 어제 본 유튜브 중에 재미있었던 것들, 그저께 만난 친구와의 수다 등등은 기억이 잘 났다. 그것도 한순간이었다.‘최근것'들을 반복하니 스트레스 완화 효과가 점점 떨어졌다. 다른 것들을 찾았다.  오래전부터 꾸준히 내게 즐거움을 주었던 기억들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과거의 행복, 막상 회상하려 하니 떠올리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마치 딥러닝의 backpropagation을 할 때 gradient vanishing 이 발생한 느낌이었다. 나의 감정 모델은 좋고 싫음을 로지스틱 함수를 넣어 분류하곤 했기 때문에, 과거 나의 기억 속 ‘즐거움을 주는 것들'을 떠올리고 싶어도 이미 사라져 있었다. 오래전부터 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던 행복의 기억이 사라져 찾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온 것이었다. 절망스러웠다.


나의 잊어버림과 같이, 기울기 손실(gradient vanishing) 이 발생하여, 모델이 더 이상 학습하지 못한 수준에 다다랐을 때 연구자들은 다른 활성 함수를 채택했다. ReLU라는 이름을 가진 함수였다. 그 함수는 아래와 같이 생겼다.

x가 0보다 크면, y = x의 식을 따른다. x 가 어떤 무한대의 값을 갖든 간에 y가 그 값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x 가 0보다 작으면, y = 0의 식을 따른다. 실제 내 감정이 어떤 수준이든 간에, 긍정적인 (x≥0) 상태라면 그 감정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었다. 반대로 부정적인 감정 상태라면 (x <0) 더 내려가지도 올라가지도 않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인 0의 감정을 표현했다. 그 결과 ‘조금 감정이 드러나는 사람'이 되었다. 심지어 이 방법을 통해 기억을 다시 회상하는게 더 쉬워졌다. 몇몇 즐거운 순간들의 영향력도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오늘 지금 이 순간에 느끼는 행복이, 오늘이 아니라 과거 t 시점의 일에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 weight 가 학습되어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덕에 내가 지금의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이어트로 식욕 절제하는 건 너무나 힘들었지만 그 사건은 0으로, 주변인에게 들었던 조언은 그 조언만큼 내 머릿속에 새겨버렸다.


그렇게 나만의 ‘감정 모델’을 만들어 끊임없이 업데이트를 하고 있다. 과거 회상을 하고, 각 사건에 대한 감정 가중치를 업데이트하여 머릿속에 넣어두다가, 날 것의 감정 x 가 들어올 때 재빨리 f(x)에 넣어 y 값을 받아보려는 연습을 계속 시도해본다. 로지스틱 함수보다 더 효과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했던, ReLU의 장점을 기대해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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