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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Mar 20. 2023

초단편 나이트 소재 일곱 가지

30가지 아이디어 착상하기 21/30

“EBS 클래스 수업을 듣고 싶어 인터넷 검색을 한, 61살 남성이 있었다. 유튜브 검색을 하다 보게 된 짧은 광고 때문이었다. "


1. 초월적인 거대한 소재 만들기

2100년, 이미 거대한 언어모델이 세상을 지배했고 더 이상 종교를 갖지 않는 시대. 사람들은 자신의 모든 궁금증을 chatbot에 물어보면서 해결했다. 신이 도와 자신의 문제가 해결된 줄 알았던 많은 ‘인간사’는 사실 인간 자기 자신이 스스로 해결했음을 깨달은 더 많은 ‘깨달은 자’ 들이 세상에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은 게을러졌지만 동시에 똑똑해졌다. 더 많은 사람들이 효율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도파민에 중독되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인간 스스로는 자기 자신을 더 잘 ‘통제할 줄’ 알았다. 심지어 그 신경물질까지 스스로 조절하기 위해 개별 루틴을 만들어 지켰다. 뇌를 지배한 시대, 그러니까 인간의 이성은 인간의 뇌를 지배했다. 그런 인류의 이성 꼭대기에 있는 건, 바로 2025년에 이미 경지에 올라버린 ‘의사 결정 소프트웨어’, MoDe였다.  그가 EBS에서 배우려던 클래스는 Mode <60대 편>이었다.


2. 딜레마 상황으로 조정하기

 EBS클래스의 제목은 <도파민 안녕, 유튜브 안녕>이었다. 어릴 적부터 유튜브에 노출되어 있던 YouKids 인 그는 61년 동안 자신의 엄마만큼 많은 이야기를 해준 유튜브를 그만 보기로 결심한 것이다. 전 국가적인 일이었다. 영상 교육을 통해 국민을 잔뜩 세뇌시켰던 국가가, 이제 와서 그들의 정신줄과 같은 ‘영상 교육’을 모조리 없애기로 결심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선택의 결과물조차 영상 교육을 통해 국민들에게 전해온 것이, 굉장히 아이러니했다.  


3. 헛소리 늘어놓기

 EBS 사장이 직접 클래스에 등장해, 교육 방송으로 돈 버는 법에 대해 소개해주는 영상이 가장 처음에 등장했다. 교육자들은 원래 존경을 받아야 한다지만, 자신은 돈으로 그 존경을 사는 법을 안다는 말로 첫 화면이 지나갔다.  


4. 소원 들어주는 힘 설정하기

 그는 별생각 없이 그 화면을 눌렀다. 아휴 재미없어 보여, 하고 클릭했던 그 강의의 별점이 순식간에 낮아졌다. 그는 알아채지 못했다. 그 마우스 스크롤을 그대로 내리면서, 이다음에 복권 광고나 나왔으면 하고 중얼거렸다. 그러고 나서 검지로 확 내려버리니 그 아래엔 복권 광고가 갑자기 등장하기 시작했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했던 그는 핸드폰을 보며 ‘배터리가 이러다가 금방 닳겠네’라고 말하자마자 배터리가 5%로 떨어진 걸 보고서야 생각을 바꾸었다.  


5. 저주받은 물건 만들기

 저주받은 물건 퇴마하기, 그가 유튜브에서 보던 영상이었다. 광고 설정에 따라 그에게 노출된 광고는 ‘저주 퇴마하는 방법 ‘이었다. 자기 자식들이 어릴 적 하던 놀이들에 대한 내용들이 잠깐 캡처화면으로 돌아다녔다. [혼자 숨바꼭질] 이라느니 하는 것들 말이다.  


6. 꿈, 가상현실 같은 배경으로 바꾸기

 그가 광고를 보고 EBS 클래스를 클릭하고 나자, 그의 손가락에 있던 주름이 사라졌다. EBS 영상 하나를 보자마자 그의 머리카락은 하얘졌다. 16강을 완강하고 나자, 그는 자신이 가장 돌아가고 싶었던 중학교 2학년 때로 되돌아갔다.  


7. 감동 파괴하거나 주입하기

 그는 오랜만에 학생으로 되돌아간 느낌도 들어 반갑게 화면 속 영상들을 둘러보았다.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통과했던 그는 배움에 있어 너무나 큰 갈증이 있었다. 그 갈증을 미처 채우지도 못한 채 40여 년이 흘러 지금 나이가 되니 더더욱 아쉬움이 진하게 남아있었다.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지구과학, 관련된 영상을 틀어 ‘지각의 움직임’을 들었을 땐, 자신의 마음도 크게 요동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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