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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크게슬기롭다 Jun 25. 2023

그들의 금기는 사실 너무나 달랐다

이브와 프시케, 푸른수염 아내를 누가 유혹했고, 그 결과는 어땠는가

셋다 금기를 어긴 존재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에게 ‘금기’를 선언한 존재는 각기 달랐다. 


이브는 자신의 창조주가 금기를 선언했다. 그리고 영 뜬금없는 뱀 놈이 튀어나와 유혹했다. 프시케는 자기 자신의 남편이 금기를 선언했다. 절대 불을 켜서 자기 자신을 보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스스로의 호기심이 결국 금기를 깼다. 푸른 수염의 아내 역시 남편이 문을 열지 말라는 금기를 외쳤으나, 그녀의 언니가 호기심을 자극해 금기였던 ‘문’을 열었다.


이브, 프시케, 푸른 수염의 아내는 각기 다른 결말을 맞이한다. 먼저 이브는 선악과를 따먹은 죄로 땅에 떨어진다. 전지전능한 신의 금기를 어길 시점에, 신은 주변에 존재하지 않았으나 ‘어디에나’ 존재했다. 사과를 먹고 금기를 어긴 것을 알게 된 신은 크게 호통 치며 이브를 땅으로 떨어뜨렸다. 그리고 이브에게는 산통을 겪는 저주를 주고 아담에게는 스스로 일해 먹고살아야 하는 저주를 내렸다고 했다. 그들은 결국 스스로 살 실을 찾았다. 프시케는 자고 있는 남편의 몸에 램프 오일을 떨어뜨렸고, 그 금기를 어긴 것을 본 남편이자 에로스는 불같이 화를 내며 그가 떠났다. 프시케는 다시 그를 찾기 위해 아프로디테 여신을 찾아가, 용서를 빌고, 일종의 챌린지를 한번 더 수행하여 결국 죽음을 앞두게 되었는데, 남편이 찾아와 그녀를 살렸다. 푸른 수염의 아내는 남편에게 사건 현장을 들키지 않았다. 그러나 증거가 남아있었다. 피 묻은 열쇠를 발견한 푸른 수염은 아내를 죽이려고 하였고, 그녀의 형제가 그 순간 튀어나와 아내를 죽이지 못하게 푸른 수염을 막아세웠다. 푸른 수염의 아내는 겨우 살아남았다.


3가지의 주인공들을 비교해 보면 이런 표를 그려볼 수도 있다.


(아담과) 이브는 금기를 어긴 결과, 새로운 삶을 사는 도전 속에서 자기 자신을 적응시켰다. 프시케는 일련의 도전과정을 거친 뒤 죽음을 맞았다. 그 이후에 남편이 돌아와 살아날 수 있었다. 푸른 수염의 아내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을 자기 형제들과 함께 했다.


유혹 요소를 기준으로 ‘금기를 깨고 싶었을 것 같은’ 순서를 나열해 보자면, 프시케 > 이브 > 푸른 수염의 아내라고 말해보면 어떨까. 스스로 가장 ‘궁금했’ 던 존재는 금기 선언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그것’을 확인한다. 그 후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혼자 해결하여 그 끝을 보는 속도도, 다른 두 이야기보다 조금 빠르게 느껴진다. 이브와 푸른 수염의 아내는 ‘잘 적응’하려고 하거나 ‘타인의 도움’을 받았다면, 프시케는 스스로 챌린지를 겪고 죽음까지 경험한다. 그녀의 이야기에는 죽음 이후 부활까지 적혀 있는 것을 보면 특히 그렇다. 금기로 인해 잃어버렸던 것을 기어이 ‘얻어내었다’는 점에서도 그의 움직임이 가장 대범하고 속이 시원하다.


이브와 푸른 수염의 아내는 또 다른 측면에서 특이한 지점이 있다. 먼저, 이브는 ‘타인’에 의해 철저히 유혹당했다. 뱀을 비유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글자 그대로 뱀이 있었다고 생각을 해보자. 이브는 조금 설득이 쉬운 존재였을 수 있다. 이브의 니즈와는 별개로, 타인이 그에게 다가와 어떤 욕망을 설명해 주면 마치 자신의 욕망인 것처럼 행동한다. <우리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유명한 철학자의 말이 떠오르기도 하는 장면이다.


푸른 수염의 아내는 타인과 자기 자신의 호기심에서 금기를 깨고자 한 유혹을 느꼈다. 그녀는 심지어 금기를 어기고서도 [거의] 성공을 한 셈이었다. 열쇠에 피가 묻은 증거를 들키지 않았다면, 아마 그 벌칙을 겪지 않고 조금 더 오래 같이 살았을 것이다. 대신 그녀는 스스로 매일을 불안에 떨며 살았을지 모른다. 환각을 겪거나, 남편의 손짓에 소스라치게 놀란다거나 하는 이상 현상을 보였을 수도 있다. 결국 푸른 수염은 알아챘고, 타이밍이 맞지 않았던 혈육들이 집 안에 숨어있지 못한 상태로 아내는 죽음을 맞이했을 수도 있겠다. 오히려 잘못을 하면, 바로 걸려버린 덕에 목숨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노래 가사는 그들이 금기를 깬 것에 집중을 하였지만, 사실 그들은 금기를 깼다는 행위만 같을 뿐 너무나 다른 요소들이 많았다. 그리고 각자의 선택이 가지는 장점들이 분명하게 존재했다. 만약 이 셋이 동시대에 만나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내용으로 수다를 떨지 궁금해진다. 마치 ‘생존자들’처럼 모여 앉아, 서로의 호기심에 대한 이야기를 할지 모른다. 사실 나도 ~~ 가 궁금했더라고 말하며 말이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라디오 방송처럼 들으며, 문제 해결을 위한 고군분투한 스토리에 감격을 하고 있을지도.


(이미지 출처 : 르세라핌 뮤직뱅크 오프닝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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