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선물을 사다가 그의 본심까지 공감을 해버렸다.

by 크게슬기롭다

어디서 이렇게 숨어있었나. 수학여행, MT를 가서 하던 마피아 게임이 생각난다. 내가 게임 진행자가 되어 <밤이 되었습니다. <퇴사자들은 모두 고개를 들어 서로를 바라봐주세요>라고 말한 것 마냥 주변에 점점 생겨나고 있다. 스터디 모임 속 한 사람은 인수인계를 하고 있다고도 했다.


생각해 보면, 특정 회사에 공석이 있는 게 (그 회사가 엄청난 발전을 하고 있는 게 아니라면) 퇴사를 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공석이 생긴 만큼 입사자와 퇴사자가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을 할 것이고, 그게 너무나 일반적인 '사람의 흐름' 이기 때문에 주변에 하나둘씩 생기겠지. 마치 특정 나이가 되면 주변에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처럼 말이다.


첫 회사에서 나보다 앞서 퇴사하던 선배들과 나눴던 이야기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그 회사에는 한 때 퇴사 바람이 불었는지 어느 한 때 들어왔던 사람들이 죄다 이력서를 쓰더니 차례차례 나갔던 시기가 있었다. 나는 그들과 같은 시기는 아니었기에 그 '무리' 속에 있진 않았다. 조금 멀리서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고 귀동냥을 하고, 그들의 퇴사 준비 스토리를 듣는 게 전부였다. 그들은 '탈출은 지능순'이라고 말을 하며 자신의 판단 능력을 보여주려는 듯 재빠르게 준비하고 떠났다. 남은 사람들은 그들의 이야기를 핑계, 변명으로 치부했다. 나간 사람들은 그런 기존 멤버들의 태도를 보며 쯧쯧댔었다. 나는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했다. 다만 하나 확실했던 것이 있었다. '어떤 환경이나 영향 때문에 나의 판단력을 흐리지 말자'라는 생각이었다. 그들의 말과 행동이 맞는 것 같아, 그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으며 퇴사하려는 판단을 내리지 않으려 애썼다. 그 애쓴 결과 내게 남은 멘트는 '몸이 퇴사 시점을 알려준다. 내 몸은 알고 있다. 의식은 알지 못해도 무의식이 알려주는 그때, 나가야 한다. '였다.


(실제로 몸이 거의 다 망가져서 나왔다. 그런 말은 이제 안 하기로 했다. 내 몸이 [굳이] 알아챌 필요가 없단 걸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 요샌 그 선배들의 움직임이 다시 보인다. 그들이 그렇게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들의 직관과 이성적인 판단을 통해 내린 결론은 그들을 얼마나 성장시켰는가 또 한 번 바라보게 된다. 누군가는 한 회사의 가장 높은 마케팅 팀장 역을 하기도 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종종 자신의 대표와 전략 회의를 한다고 말했다. 어떤 이는 여러 군데 회사를 옮기면서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터를 찾았다. 그들은 행동을 했고, 실패와 성공을 반복했으며 결국 그 피벗팅 끝에 자기 자신에게 보다 잘 맞는 어떤 공간을 찾았다.


퇴사란, 꽤나 내게 선택 권한이 있는 옵션처럼 느껴진다. 그럴 수 있다. 근로 기준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회사라는 단체가 체감할 정도의 잘못 보다 나 자신이 이 단체를 체감하는 것이 더 빠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항상 '못 먹어도 고'라는 선택지를 안고 계속 이곳에서 넥스트 스텝을 찾았다. 다양한 프로젝트, 다양한 부서 사람과의 협업, 다양한 방식의 업무 진행, 더 나아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다양성을 추구했다. 이미 여기에 들어왔으니 이 공간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보잔 생각이었다. 게다가 나는 퇴사를 하지 않기로 스스로 '선택'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자꾸만 주변에 퇴사한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사실은 나 자신을 향해하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혼란스럽다. 마치 뒷걸음질 치다 벌레를 잡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냐면,

퇴사자를 위한 마지막 선물을 샀다. 이 회사를 떠나더라도 읽으면 좋을 책을 샀고 그를 위한 종이 카드를 하나 구매했다. 그 카드엔 '당신은 충분히 휴식할 권리가 있어요'라는 글자와 편안한 표정으로 누워있는 곰이 그려져 있었다. 퇴사를 하는 입장에선 어떤 책을 보고 싶을까?라는 고민으로 한참 그에게 공감했다. 퇴사를 한다면 어떤 카드를 받고 , 어떤 메시지를 듣고 싶을까?라는 생각으로 한참 그의 상황을 머릿속으로 떠올려봤다.


앗! 그에게 너무 공감한 나머지, 그의 모든 마음을 공감한 것처럼 내 마음속에서 새로운 욕구가 그만 고개를 들어버렸다. 마피아 게임의 진행자였던 내가 어느 순간 그 자리에 앉아버린 것이다.

나는 그 요청에 따라 고개를 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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