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먹기 대회 1등 우승 비결

0.28 / 1902

by 크게슬기롭다

추석맞이로 부모님 집에 방문했다. 책장과 오래전 사람들을 뒤적이다 노트 한 권을 발견했다. 노트 앞에는 토리토리라는 이름의 토끼가 양 볼에 음식을 가득 채운 채, 당근 케이크를 상상하는 생김새였다. 토끼의 이름은 토리토리로 보인다. 그의 이름 아래엔 이런 글자가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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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나라 구름마을에서 열린 많이 먹기 대회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토리토리의 비결공개"

마치 내가 토리토리가 된 것처럼 우승 비결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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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번 대회에서 1등을 한 토리토리입니다. 제가 이렇게 우승을 하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네요. 분명 1시간 전만 해도, 저는 정말 배가 고팠습니다. 제가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꾸준히 위를 늘려보려는 연습을 하긴 했지만 쉽지는 않았거든요. 배부름을 기준으로 연습을 하니 도저히 끝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정해두고 점점 제 배의 변화를 확인했었죠. 이 모든 건 제 부모님의 도움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지쳐서 더 이상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았을 때도, 제 부모님은 저를 믿어주셨어요. 제가 더 이상 못 먹겠다고 이야기를 하면 그 상태 그대로 두고, 제가 지금까지 연습한 많은 음식 중에 어떤 것을 가장 많이 먹을 수 있었는지 꼼꼼하게 체크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나선, 가장 잘 먹은 음식과 못 먹은 음식을 계속 살펴봐주셨어요. 제가 혼자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면 아마 저는 그런 모든 부분들을 다 놓쳤을 겁니다. 그냥 음식을 좋아하는 토리토리, 많이 먹는 '볼통통' 정도로 사람들 기억에 남았을 거예요. 그렇지만 저는 '어떻게 준비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알고 계시는 저희 부모님의 이야기를 듣고 하나둘씩 준비를 했습니다.


1. 저는 제가 어떤 음식을 가장 잘 먹는지 확인했어요.

어릴 적부터 빵을 좋아했거든요. 집엔 바게트뿐이었어요. 그게 익숙해졌는지 저는 바게트를 가장 좋아라 하고 많이 먹습니다. 하지만 바게트는 좀 많이 씹어야 하잖아요? 이번 대회에서 '음식을 만들어와도 된다'라는 조항 덕분에 저희 어머니는 바게트를 손수 만들어주셨어요. 껍질은 바삭하지만 잘 씹을 수 있는 수준으로요. 그리고 그 음식을 꾸준히 반복적으로 먹어도 문제가 없는지 계속 살펴봤습니다. 제가 이번 대회에 들고 온 저만의 바게트는 그래서 껍질이 제게 최적화되어있습니다. 앞니 두 개로 물고 긁어대면 바로 제 입 안으로 밀어 넣을 수 있어요.


2. 저는 제가 가장 못 먹는 음식과 그 한계를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배웠습니다.

저희 아버지는 제가 싫어하는 음식을 먹는 것도 필요하다고 항상 생각해 오셨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결선을 제외한 예선과 본선에서는 주최 측의 음식을 잘 먹을 줄 알아야 했습니다. 같은 메뉴라면 많이 먹는 게 필요했는데요 아버지의 도움이 아주 컸습니다. 첫 번째로는 제가 낯설어하는 그 음식에 대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법을 알려주셨습니다. 막상 대회장 안에서는 굉장히 떨리고 낯설지만, 아버지가 알려준 337 호흡법 덕분이었어요. 정말 편안하게 마음을 먹고 호흡 3번을 하는 와중에 한 입을 먹고 음미' 그러고 나서 남은 3번의 호흡 중 한 번을 또 먹는 것이었습니다. 남은 음식 전부는 호흡 7번 할 때 한번씩 나눠먹었어요. 그리고 그게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새로운 음식을 경험할 때마다 3, 3, 7이라는 숫자를 센 다음엔 어떤 것이든 먹을 수 있는 '신메뉴'가 되었죠.

두 번째로 아버지와 함께, 제가 못 먹는 음식을 찾았습니다. 저는 빵을 잘 먹지만 야채 외의 다른 음식들은 먹지 못합니다. 사자, 고양이 친구들이 먹는 육류는 제가 손댈 수 없죠. 이건 제 아이덴티티인 '토끼'의 숙명이기도 합니다. 제가 아무리 뜀박질을 해도 날지 못하는 새 친구들의 날개랑 비슷한 것이었어요. 제게 없는 능력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아버지와 계속 이야기를 하면서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그 음식들이 나왔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도 여러 번에 걸쳐 이야기를 했습니다. 처음의 저는 '뭐든지 먹을 줄 알아야 한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잘 먹지 못하는 재료들을 보고 정말 좌절을 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운의 영역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자꾸 '실력을 기르라'라고 말씀을 주셨어요. 이번 대회에서 제게 맞는 음식이 나오길 바라는 건 '운'이라고 했어요. 저는 제가 먹을 수 있(지만 낯선) 던 음식들을 잘 빨리 많이 체하지 않고 먹는 실력을 갖춰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 실력은 앞서 나온 대로 조금씩 키워갔어요. 낯선 것을 빨리 먹어보고 그 맛을 익히는 방법, 그리고 이미 익숙한 것을 더 많이 자연스럽게 소화시키는 방법 두 가지 측면에서 말이에요. 쉽지 않았습니다. 아버지는 힘들어하는 제게 그만하라고 하셨고, 저는 다시 해보겠다고 말했어요. 몇 번의 갈등이 반복되었고 아버지는 제게 포기하라고 하셨지만 저는 그러지 않았어요. 당당한 토끼가 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지금 이렇게,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덕에 말할 수 있어 정말 기뻐요. 제 퉁퉁한 볼은 아버지와 어머니와 함께 개발한 방법 중 하나였습니다. 입 안에 가득 넣어둔 다음 소화를 시키면 조금 더 빠르게 다음 음식들을 먹을 수 있었거든요. 게다가 이동도 쉬우니 더 많이 음식을 가져올 수 있었어요.


아버지 어머니 덕분에 이번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영광을 제 부모님에게 돌립니다. 응원과 격려, 위로를 해주신, 토리팍, 토리라 두 분 정말 감사합니다. 이상, 이번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토리토리였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게 먹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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