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태국
2016년 9월 마지막 주에 다시 가고 싶던 치앙마이에 갔다.
방콕을 경유해서 1시간 남짓을 날아 도착한 치앙마이에서 첫 일주일간은 '사원 앞의 집'이라는 뜻의 반캉왓(Bann Kang Wat)에 1호점, 근처에 2호점이 있는 이너프포라이프(@enough_for_life)에서 각각 3일씩 머물렀다. 이너프포라이프 2호점에는 망원동에 있던 '금붕어식당(@ga_ga_gold)'과 카페 '데이오프데이(@day_off_day)'가 사이좋게 있다.
우리가 가기 전 태국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금붕어식당은 오픈을 하자마자 사람들이 엄청 많이 온다고 했다. 한참을 기다려 첫날 저녁을 먹었다. 매주 메뉴가 바뀌는 금붕어 식당은 월요일과 화요일이 휴일이다. 주인분의 독특한 레시피로 만든 음식들은 이쁘게 담겨 나와서 보기에도 좋았지만 맛도 훌륭했다. 특히 샐러드와 치킨 커틀렛이 맛있어서 이후에 한 번 더 먹었다.
금붕어식당 맞은편에 있는 데이오프데이는 방콕에 사는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다. 당시에 현지인 부부와 아이가 있었는데, 그들이 키우는 강아지인 쿠마가 우리를 반겨줬다.
그리고 1층에는 기념품을 판매하고 2층에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이너프포라이프 2호점이 있다. 세라믹으로 만들어진 드립커피용품이나 레트로한 무늬가 그려진 유리컵들이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이너프포라이프라는 단어를 들으면 태국인들은 전 국왕 푸피폰 아둔야뎃의 '만족하는 삶(=자족하는 삶)'에 대한 연설을 떠올리게 된다. '자족하는 삶이란, 충분히 누리지만 지나치게 수준 이사으이 것을 추구하지 않고, 사치와 낭비에 빠지지 않으며,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삶으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했다. 이너프포라이프의 주인 부부는 이 정신을 전하기 위해였는지, 첫째 아이는 퍼피앙, 둘째 아이는 피앙퍼라는 귀여운 태국어로 'Enough for Life'라는 뜻인 이름을 만들어줬다. 그리고 셋째 아이에게는 'Enough Good'이라는 뜻의 퍼디라고 이름을 지어주었다. 매일 아침, 셋째 퍼디를 한 손에 안고 남은 한 손에는 법랑 도시락을 들고 찾아온 아이들의 아빠인 '누짱'은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해주었다.
그리고 삼일이 지난 후 1호점으로 옮겨 반캉왓에 머물렀다. 예술인 공동체 마을인 반캉왓은 주말 아침에는 작은 시장이 열리고, 평소에도 핸드메이드 제품이나 공예품들을 파는 상점들과 치앙마이 커피를 맛볼 수 있는 카페들이 있었다.
반캉왓 주변에 있던 카페도 아주 좋았다. 주인이 사진 작업을 하는 작가여서 그런지 카페 영업시간이 제멋대로 였던 람쁭카페(@chuad_sudsanan)와 반캉왓 근처에 또 다른 예술인 공동체 마을인 페이퍼스푼이 있다.
첫째날 람쁭카페를 찾아갔을 때는 문이 닫혀서 돌아왔는데, 두번째 갔을때는 다행히 문이 열려있었다. 주인은 오후 4시쯤이면 문을 닫는다고했다. 카페 구석구석에 사진을 직접 현상하고 인화하여 붙여놓아서 마치 전시를 보는 것 같았다. 내가 계속 카페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자 본인 인스타그램을 알려주고, 잠깐 사진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는 턴테이블에서 나오는 80년대 음악을 들으며 아날로그 사진 이야기를 하였다.
매일 아침 누짱이 가져다준 법랑 도시락을 갖고 싶었었는데, 페이퍼 스푼에서 발견하고 바로 사버렸다. 이후에 '와로롯 시장'에서 다른 식기류도 모두 사버렸다. 페이퍼 스푼은 아기자기한 공예품들을 팔고 있었다. 바로 옆에 있는 가게에서는 태국 전통옷과 핸드메이드 장신구들도 팔고 있어서, 커피 한잔 시켜두고 천천히 구경하기 좋은 곳이었다.
그리고 반캉왓 주변으로 덥지 않은 새벽이나 비가 내린 오후에 산책하는 것도 아주 좋다. 특히 비 오고 난 후에 냄새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아주 좋은 곳이었다.
남은 일주일의 일정은 치앙마이 올드시티의 북쪽문인 창푸악 게이트 근처에 숙소를 구해서 머물게 되었다. 치앙마이 외곽에 있는 반캉왓과 달리 중심에 있는 창푸악게이트는 또 다른 느낌의 거리를 만날 수 있었다.
Camera : Fuji X-pro2, iphone 6
Lens : XF 16mm F1.4, XF 35mm F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