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ranbolu, Turkey
이스탄불에서 버스로 6시간, 앙카라에서는 3시간 거리에 있는 카라뷰크Karabük 주에는 관광객들을 부르는 특별한 동네가 있다. 소도시 크란쿄이Kıranköy의 구 시가지인 차르쉬 Çarşı, 관광객들에겐 사프란볼루 Safranbolu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이름에서 보듯 고급 향신료인 사프란 재배로 유명했던 동네이자, 동로마제국 시대부터 오스만 제국 시대까지 중계무역으로 쌓인 부를 통해 지어진 전통가옥들과 고대 수도교, 교량 등의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 1994년 구 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이 되었고 지금도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야간 버스로 지치고 허기진 몸을 잠시 달래려 할 때, 우리 아침밥을 노린 냥이들과 눈이 마주친다. "사프란냥"에게 일단 삶은 계란을 조공 바치며 우리 여행의 안녕을 빌어본다. 이 동네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예쁜 장소들로 우리를 이끌어 달라고 말이다. 오랜 역사를 간직한 이 곳이라면 더욱 그들의 은총이 필요할 터.
노른자 정도로는 성이 차지 않았는지, 홀연히 사라져 버린 두 냥이들을 찾지 못한 채 골목을 걷기 시작한다. 골목이 어디론가 이어지듯 냥이들도 서로 이어져있나 보다. 낯선 외지인들을 살짝 경계하더니 이내 우리를 이끌고 골목 어딘가로 향한다. 우리는 고양이와 보이지 않는 끈을 묶고 시간 여행하듯 골목을 구석구석을 누빈다.
골목 막바지에 이르자 사프란냥이 아침햇살을 쬐며 바닥에 누워있다. 카메라를 들이댄 순간 알렉산더 대왕이 가르침을 묻는 와중에도 햇볕을 가리지 말라고 투정했던 디오게네스의 일화가 떠오른다. 햇살 하나 마음껏 누리지 못하는 대왕의 삶보단 자신에게 충실한 개 같은 삶을 살았던 이. 사프란냥에서 그 기운이 느껴졌다.
골목 나들이가 끝나갈 무렵 노점들을 만난다. 솜씨 좋은 직물들을 걸어둔 탁자 아래 빼꼼히 상인냥 한 마리가 다가온다. 우리에게 좋은 안목이 있는지 시험하듯 물건 하나하나를 고를 때마다 작게 리액션으로 응수한다. 주인은 나지만, 편의상 집사를 통해 장사하는 것임을 증명하듯 작게 호불호를 되뇌면서.
Location : Safranbolu, Turkey
Date : September 1~2, 2008
Format : Digital (Color)
Camera : Epson R-d1
Lens: Helliar 15mm f4.5
Editing : Epson PhotoRAW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