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태국
공항에서 친구와 헤어지고 택시를 탔다.
운전석 옆에는 파란색 포토샵 교재가 놓여있었다. 택시운전수는 요즘 취미로 사진을 찍고 포토샵을 이용해 편집하는 것을 즐긴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나는 내가 머무는 숙소가 위치한 창푸악 게이트(북문) 근처로 가자고 말했다. 치앙마이 올드시티 창푸악 게이트로 가는 길, 그는 ‘이런 곳은 가보았느냐. 어디에 가면 사진 찍기 좋다.’라는 말들을 즐겁게 늘어놓았다.
치앙마이에서 Grab Taxi라는 어플을 사용하면 미터기로 정산하는 택시를 쉽게 탈 수 있다. 어느 정도 먼 거리를 갈 때엔 썽테우(빨간색 픽업트럭을 개조한 일종의 대중교통)를 이용하는 것보다 저렴하다. 어플에서 운전기사의 정보를 열람하거나 메일로 영수증을 받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다.
작년에 방문해 좋은 기억이 있었던 SAMANMITr 카페 주인이 운영한다는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를 생각이었다. 좁은 골목을 굽이돌아 찾아간 작은 베이지색 우유갑 모양의 카페는 굳게 닫혀있었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검색해보니 불과 2달 전까지도 장사를 했던 모양이다. 어디로 간 걸까. 잠시 자리를 비운 것은 아닐까. 근처 미용실 주인에게 물어보니 그는 고향인 람빵으로 떠났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카페를 열었다고 했다. 람빵은 어제까지 내가 머무르던 이너프포라이프의 주인, 누짱의 고향이었다. 최근에는 제2의 치앙마이라 불리며, 감각적인 카페나 음식점이 늘어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태국 북부 지역은 예전에 아편을 생산하여 판매하는 것으로 살아갔다고 한다. 작년에 서거한 푸미폰 국왕이 커피 원두 재배를 장려하면서 아편이 있던 자리마다 커피 농장과 녹차밭이 늘어섰다. 그는 커피를 찾아 떠났다.
치앙마이의 하늘은 언제나 푸르렀다. 중국발 부유먼지로 뿌옇게 변해버린 서울에서는 그 풍경이 더욱 그리워진다. 한낮에는 뜨겁지만 네시쯤 되니 슬슬 걸으며 산책하기 딱 좋은 날씨가 찾아왔다. 두 번의 여행 모두 한창 더울 때를 비껴간 시월, 십일월에 갔던 덕분일까. 나에게 치앙마이는 산책하기 좋은 도시로 남았다.
창푸악 게이트 근처에 겨우 숙소를 잡고, 근처에 나가서 사진을 찍었다. 그 날 이후 그곳에 머무르던 매일 창푸악 게이트 근처의 풍경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곳의 모습은 매일매일 달랐다. 어느 날은 도이수텝 사원 팻말을 든 채 관광객들을 호객하는 썽테우 기사들로 가득했고, 어느 날은 노스게이트 재즈바 에서 공연으로 보며 사진을 찍는 외국인들이 보였고, 어느 날은 창푸악 게이트에 오면 꼭 먹어야만 한다는 족발 덮밥을 먹으려는 관광객들로 가득했다.
Camera : Fuji X-pro2
Lens : XF 16mm F1.4, XF 35mm F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