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mascus, Syria
그 이름이 낯설지 않았던 건 왜일까. 쿰쿰한 냄새가 가득한 교실의 어느 교과서에서였을까. 그리스어와 라틴어, 아랍어 단어가 난무하던 대학 강의실에서였을까. 어쩌면 야간근무가 끝나고도 잠들지 못했던 침낭 안에서였을까. 그 오래된 도시의 이름은 늘 마음 한 켠을 울리는 느낌이 있다. 그래서 한국과 수교도 없는 국가의 국경에서 북한 사람이 아님을 증명하느라 버스 차장과 애를 쓰고, 택시 기사에게 조금 뒤집어쓰면서, 오래된 버스의 덜컹거림마저도 감수하게 하였는지 모른다. 다마스쿠스.دمشق Dimashq, Damascus는 그런 곳이었다.
그렇게 발을 내디딘 도시, 이렇게 오랜 시간을 간직한 도시에서 '다마스쿠스냥'들의 뒤꽁무니를 좇아 마음껏 길을 잃는 것이야 말로 이 도시에 대한 예의, 냥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그래서 눈에 띄는 냥이들을 만날 때마다 그들을 쫓아가는 하루를 보내기로 한다. 다마스쿠스 사람들의 친절함은 덤으로.
천국보다 낮술을 들이킨 것 마냥 코가 빨간 냥이의 골목에 다다랐다. 인사를 건네지만 시큰둥하다. 그와 나의 사이에 따뜻한 볕이 든다. 이런 빛에서 낮술이라니. 나라도 말을 거는 사람에게 시큰둥할 것 같다. 술이라도 한 잔 사주겠다면 모를까. 아직도 라마단이라는 핑계로 아무 안주거리도 없는 닝겐이라면 더더욱.
오래된 시장의 구석에서 제법 멋들어진 SUV와 관광객들을 피해 잠시 휴식을 취하는 말, 그리고 그 사이를 부끄러운 듯 피해 달아나는 다마스쿠냥까지. 오래된 도시는 그렇게 가이드북에 나온 장소가 아니더라도 좋다. 어디에나 특별함이 가득하다. 물론 우리를 위험한 곳으로 이끌지 않는 냥이들의 가호 안에서.
기대와 흥분이 지나쳤던 것일까. 조금 무리해서 걸었다 싶을 때 따라간 냥이가 달콤한 향이 가득한 곳으로 인도한다. 과일가게 '다마스쿠스냥'의 재롱과 집사의 단호함이 엉켜있는 흥정의 순간에도 우리는 웃으며 과일을 산다. "다시 올게"라고 되뇐 그 약속, 다시 지킬 수 있을 그 날까지.
p.s. 시리아와 관련된 예전 글 하나를 링크로 첨부합니다.
Location : Damascus, Syria
Date : September 20, 2008
Format : Digital (Color)
Camera : Epson R-d1
Lens: Helliar 15mm f4.5
Editing : Epson PhotoRAW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