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

눈발 날리는 날엔

by 마구리

3월 말로 달려가는 즈음, 동장군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따뜻했던 봄날 바로 그 자리에 함박눈이 오신다. 펑펑. 자리를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에도 불구하고 봄은, 오고야 말지니 아쉬워 말고 가을 뒤를 기약하자 얘기한다.


이 눈 또는 비 그치고 나면 꽃샘추위가 예정되어 있다. 영하로 떨어진다 하니, 일 나가는 새벽엔 더 추울 터, 옷장 넣어두었던 겨울 바지와 양말을 다시 챙겨야겠다. 이렇게 눈 빗발 내리는 날에 밭일 품팔이는 그저 방구석 지키는 수밖에 딱히 할 일이 없다. 눈 피할 방 하나 있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몸도 으슬으슬, 이런 날엔 뜨끈한 국물이 제격인다. 딱히 끓여낼 국물이 떠오르지 않을 땐 누룽지가 제격이다. 딱히 손 가지도 않으면서 간편하게 조리할 수 있으면서도 뜨끈한 맛은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솥단지에 누룽지 넣고 물 적당히 잡고 펄펄 끓여내면 구수하고 뜨끈한 누룽지를 만날 수 있다.


KakaoTalk_20220319_131839902.jpg 으슬으슬 꽃샘추위엔 누룽지탕이 제격이다.


요즘은 거의 다 전기밥솥에 밥을 하기에 누룽지 맛볼 일이 흔치 않다. 어린 시절을 보낸 1970년대만 해도 연탄불이나 곤로에 밥을 지어먹었던 터라 그땐 누룽지야말로 최고의 별미였었다. 만날 먹는 밥이나 김치와는 다른 고소함과 바삭함이 입안에 기억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래서 가끔 마트에 가면 기계로 찍어내는 누룽지에 손이 가 사 보곤 하는데, 어린 시절 먹던 누룽지 맛과는 달라 이내 실망하는 일이 반복되어 사지 않게 된다. 마땅한 과자나 간식이 부실하던 시절 밥알 붙은 누룽지에 설탕 듬뿍 뿌려 긁어주시던 누룽지가 그리운, 봄눈 오는 오후다.


2022-3-19, 마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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