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서랍 정리를 하는데
몇 년 전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USB 하나 발견했어
노트북에 끼우고 들어가 보니
너와 내 목소리가 담긴 통화 녹음이야
그땐 왜 녹음을 그렇게 했는지
너와 통화를 끊고
나는 다시 너와 통화했던 그 시간으로 돌아가
다시 그 시간을 살면서
그렇게 곱씹고 곱씹는 버릇이 있었더랬지
처음 녹음파일 하나를 들었을 때는
잔뜩 몸을 찌그러트렸어
왜 그렇게 귀여운 척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을 했던지
도저히 못 들어주겠어서 스킵 버튼을 마구 눌렀어
그렇게 꼬박 몇 시간을 듣는데
너와 내 시간들이
잊고 있던 어린 시간들이
내 안에 그득그득 쌓이는 것 같았어
슬픈데도 웃기고
불쌍한데도 귀엽고
안쓰럽기도 흐뭇하기도 하네
너는 늘 나를 답답해했지
내가 너에게 부담이었는지 이 말을 자주 했잖아
너의 인생을 살아
내 삶은 다 너였어 내 미래는 당연히 너였어
나보다 잘난 너를 만나면서
내 삶은, 내 꿈은, 나는 필요 없었어
나는 너에게 모든 걸 맞출 수 있는
네 신부가 되는 게 내 꿈이었어
나는 이제는 널 만나면 환히 웃을 수 있어
초등학교 때 나를 예뻐해 주셨던 담임선생님을 만나 뵙는 것처럼 들뜨기도 할 것 같아
나는 잘살고 있어
네가 내게 해줬던 말처럼
내 인생을 잘 살고 있어
내 삶을 사랑하며 내 인생의 주인이 되어서 잘 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