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evergreen
Jun 07. 2022
수술대기 명단에서
수술 중 명단으로
이름이 옮겨간다.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고독한 싸움을 시작했겠지.
얼마나 무서울까.
그와 함께했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처음 만나
서로에게 반해
불타게 사랑하고
두 아이를 낳고
함께 울고웃던 날들,
다른 보호자들에게 민폐가 될까봐
조용히 눈물을 닦는다.
어느새 회복실 명단으로
남편의 이름이 옮겨갔다.
이내 보호자를 부르고
"여보~~~어떡해~~
내 아까운 우리 여보 어떡해~~~
많이 아팠지?얼마나 아팠어~~~" 하며
손을 부비대고 얼굴을 어루만지니
남편이 나지막이 속삭인다.
"좀 오바좀 하지마라, 부끄럽다.
발목 골절수술가지고 진짜 유별나네.
쫌!!!쫌!!!"
그렇다.
나는 45분 남짓한
겨우 발목골절 수술에도
혼자 드라마를 찍는,
감정이 매순간
굉장히 극대화 되는
많이 유별난 여자사람이다.
드라마와
EBS 명의 시청을 줄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