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끊다
"얘들아!! 선생님 이제 더이상 병원 안가도 된대!!!!!!!!"
"꺅!!!!"
고등부 아이들이 박수를 쳐 주고, 환호성을 질러준다.
처음 과호흡이 와서 병원 상담을 다니고,
공황장애, 불안장애, 우울증 약을 처음 먹으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왼쪽 눈알이 아프고 왼쪽 머리가 너무 아파도 수업을 했다.
선생님이 지금 상담을 다니는 중이고,
약을 먹고 있어서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생님은 이 삶을 살아낼 거라고,
너희도 이런 일을 겪으면 안 되지만
만약 어른이 되어 마음이 힘든 일을 겪는다면
선생님처럼 이겨내야 한다고 호기롭게 이야기를 했었다.
의자 뒤에 등을 기대 앉던 아이들도
자세를 고쳐 앉는다.
매일 까불대고 깔깔대던 선생님에게
무언가 큰 일이 닥쳤음을 직감한 아이들은
숙제도 열심히 해 오고
자기들 용돈으로 비타오백을 사오기도 했고
엄마들에게 귀뜸을 해 놓은 모양인지
어머님들의 선물과 편지가 이어졌었다.
나는 이또한 이겨낼 거라고 당당하게 소리쳤지만
결국 일주일을 휴강했다.
가슴 속 깊은 곳 숨겨 놓았던,
곪고 곪았던 상처가 터져
울음을 비우고 비우느라 도무지 헤어나올 수 없었다.
영문도 모른채
엄마의 어두운 뒷모습만 바라보는
아이의 마음을 안다.
그래서 딸과 아들을 앉혀놓고도 설명을 했다.
"엄마가..
엄마를 사랑해 주지 않았었나봐.
지금은
어릴적 엄마 상처를 보듬어 주는 시간이고,
엄마가 일을 너무 많이 해서 과호흡이라는 게 왔으니
나중에 너희는 어른이 되어서
너무 일에만 몰두하지 말고,
꼭 너희가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해야한다. 알았지?"
쪼그만 두 아이가
그 품에 나를 꼬옥 안아준다.
신은 항상 곁에 있어 줄 수 없어
엄마를 보내주셨다는데
나는 예쁜 두 아이를 보내주셨나보다.
그 뒤로 다시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의사 선생님과 상담했던 이야기를 나누며
철이 들어버린 아이들은 같이 울기도 하고
나를 꼬옥 안아주는 아이도 있었다.
그렇게 7개월,
나는 내 안의 슬픔과 완벽주의를
비워내고 비워내어
마침내 정신과 상담과 약을 끊었다.
여전히 숨이 막혀 오고
우울감이 몰려올 때도 있지만
이정도는 괜찮다.
생모와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가벼워졌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