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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green Oct 13. 2022

2022년 10월

아이가 다시 온다




2년 전,

아이가 중학교 3학년일 때 처음 만났다.


예쁘장한 여자아이는

2학기 즈음 전학을 와서

교우관계도 힘들어 하고

대도시에 살다가 시골로 오게 되니

밤마다

부쩍 우는 날이 많아졌다한다.


나와 기질이 비슷한 아이구나 싶어

어서 보내달라고 재촉했다.


빡센 영어 과외라고 소문을 들어서

마음을 다잡았는지

아이는 중3  남은 기간동안 성적이 아주 쑥쑥 올랐다.


그렇게 고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가 수업시간보다 일찍 왔다.


"선생님. 저 힘들어요...

가만 있어도 눈물이 나요..."



마스크 너머로 항상 예쁜 눈웃음을 짓던 그 눈으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린다.


사실 알고 있었다.

아이가

갑작스러운 가족의 사고,

교우관계,

미래에 대한 불안들로

공부를 이어가는것이

힘에 부쳐하는것을 보았지만


나는 아이를 푸쉬해댔다.

조금 만 더 하면 방학이야,

금방 기말고사 끝나,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아이 엄마와 몇번을 서로 울며 통화하고

아이를 붙잡고 이야기하고

기도하고 몇달을 그렇게 버티다


어느날

아이는 단호한 눈빛으로 수업을 와서

"선생님, 저 공부를 쉬고 싶어요!!

도저히 버틸 힘도 없고 쉴래요!!

그래도  선생님 다시 올수 있으니 기다려주세요!!"

라고 말하며 내손을 꼭 잡더니 나갔다.




그렇게 일년.


점심을 먹으려

라면에 물을 끓이는데


아이 어머니로 부터 문자가 왔다.


"선생님.

아이가 선생님께 다시 가고싶어해요.

예전에 하도 속을 섞힌것같아 죄송하지만

혹시 자리가 있을까요?"



곧장 전화를 걸었다.

"어머니이임~~~~"

"선생님~~~선생님 목소리듣자마자

눈물이 나요..아..어떡해.."

"어머님, 애쓰셨어요. 그간 진짜 곁에서 애쓰셨어요.."


한참을 서로 울면서 통화를 했다.



그간 아이가 겪어왔던 일들,

다시 나를 그리워 한다는 이야기,

선생님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는 이야기,



사실 요며칠

다른 아이가 학부모님께

있지도 않은 이야기를 해서

억울해서 못살겠던 일이 있어서

며칠 끙끙앓고 드러누워있었다.


그런데 이 어머니와 통화를 하고나니

다시 이 일이,

이 삶이 따수워진다.



통화하느라

끓여놓은 라면은 다 불어터져서 볼품 없어보이지만

눈물을 슥슥 훔치며

입가에 함박미소를 지며 먹으니

그래도 참 맛이 좋다.



아이가 다시 온다.

꼬옥 안아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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