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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green Sep 21. 2022

2022년 9월

가을냄새 



무슨 연유인지 

한결 마음이 편안하다. 



나의 능력은 심히 별 것 없는데 

고등부 상위권 성적의 아이들이 들어왔다. 


그 아이들을 수능까지 끌고 가는데 3년이란 시간동안 

나는 악착같이 이 아이들을 만족시키려

수업 준비에 정말 영혼을 갈아 넣고 

나의 호흡을 갈아 넣었다. 


덕분에 

아이들의 성적은 날로 향상했고 

나는 과호흡을 얻었다. 


그런 아이들의 수능이 곧 다가온다.

결과가 어느정도 안정되고 

나도 더이상 가르칠 게 없게 되자 

마음이 편안해 진다. 


이 완벽한 타이밍에 

가을이라는 냄새까지, 


이 맛에 인생을 사는 건가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언제 끝날지 모를 것 같던 고등부 수업 준비 하는 동안에는

아침에 일어나는 게 곤욕스럽고 천근만근 같더니 


드디어 열번 남짓한 수업이 남은 걸 보니 

아침에 누가 깨우지 않아도 벌떡 일어나 

아이들 등교길에 '요리'까지 해서 밥상을 차려낸다.



인생을 살면서 드는 시험에는

나의 욕심으로 인한 시험. 

주의 자녀 이기에 겪는 시험이 있다는데 


이번 고등부 수업은 

돈과 나의 명성에 대한 욕심으로 

과하게 수업을 늘린 탓에 

온전히 3년 동안 눈물로 감당했어야만 하던 시간이었다.



그 사이 제자훈련도 하며 철저히 돈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있었고 

정신과 상담을 하면서 완벽주의를 버리고 

나를 사랑하는 훈련도 하게 되었고 

조금씩 느슨해 지고 편안해 지는 일상을 누리는 것이 

얼마나 큰 감사인지 크게 깨닫고 있다.



집 안 온 방 창문을 열고 

가을 냄새를 맡는다.



숨이 안쉬어 진다며 남편 곁에 앉아 엉엉 울던 내가,

그럼에도 수업을 하기 위해 

바보같이 미련하게 아침마다 수업준비를 하던 내가,

정신과 상담실에서 나는 이제 어떻게 사냐며 선생님 붙잡고 통곡을 하던 내가,

성경책을 밤마다 붙잡고 눈물로 기도하던 내가,

그저 참 대견하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 멈추어 선다.

가을의 풍경과 가을의 바람이 숨이 멎을 정도로 황홀하다.

이제사 보이기 시작한다.



나도 아름답고 

이 세상도 참 아름답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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