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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vergreen Nov 14. 2022

2022년 11월

고3 마지막 수업 하던 날 


이어령의 '젊음의 탄생' 책을 주문했다. 

책 안 표지에 아이들 이름 하나 하나 적어 

하고픈 말을 적어 내려 갔다.


몇번이나 눈물이 앞을 가려 

쓰다 멈추고, 또 쓰다 멈추었다.


3년 반 동안 함께 해 왔던 시간들이 

하나하나 생생하게 떠오른다.


22년 11월 13일, 

마지막 수업이다. 



교탁 밑에 책을 준비해 두고 

여느날과 마찬가지로 수업을 하고 

마치기 전 마무리 하기 위해 

"자, 얘들아."

하는데 이미 아이들이 운다.


"아아아,,새에에엠..."


"히잉... 미안해... 안 울려고 했는데...

너희들은 그동안 나에게 베프였고, 

친한 친구 같았고, 

내가 약 먹는 동안 곁에 있어준 너무 귀한 사람들이고..

너희들이 너무 생각날 것 같아..흑흑흑..."


"선생니이임..." 



"얘들아, 살면서 이것만 기억해.

너희들은 너무나 귀하고 소중한 존재야. 


수능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니까 

끝나고 좌절하지 말고, 

Plan E의 인생을 이렇게 아름답게 살고 있는 

나를 떠올리면서, 

버티고 살아내고 아름답게 보내면 좋겠어....엉엉...."



"선생님, 제가 선생님을 만나서 정말 너무 행복했어요."


"선생님, 3년동안 정말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손 하트..)"


"선생님, 저 놀러 올건데요! "


"선생님. 안녕히 계세요...."



현관 문 앞에서 오랜 작별 인사가 오고 간다.


마지막 아이가 현관문을 닫고 나서자 

다리에 힘이 풀린다. 


좋은 아이들이 다녀가면 이 헛헛함이 오래 간다. 



엄마의 그 긴 대장암 투병을 함께 하고 

작년에 엄마의 장례를 함께 치룬 아이,


의젓한 외아들의 역할을 해내는 척 하다

밤에 남겨 "니가 많이 힘들지," 하니 

눈물을 툭 떨구던 남자 아이,


여태 누군가와 깊은 이야기를 해 본 적 없다며 

"답답해요, 너무." 하며 

덩치는 남산만 해서 내 앞에서 한숨쉬던 아이,


공부 안하고 

다른 지역으로 자꾸 놀러 다니느라 수업에 빠져서

엄마가 선생님인 나에게 '그래도 아이를 믿는다'고 말한 이야기를 전해주니

펑펑 울더니 마음 잡고 다시 공부한 아이,


곁을 내주지 않고 

지극히 차가워 보였던 아이가 

수능 두달 전 쯤, 

수업이 끝나고도 가지 않고 남아서

이런 저런 속 이야기를 비추더니

"선생님을 만약 일찍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생각해요." 라 말하며 

둘이 엉엉 울었던 날들...



내가 이렇게 너희와 함께 울어줄 수 있어 행복했고 

너희와 함께 웃어줄 수 있어 더없이 행복했단다.



기쁜 너희 젊은 날, 

하얗게 나를 잊고 살다 


가끔 앞이 보이지 않고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해 주었으면 좋겠는 날에는 

불쑥 전화를 걸어 주면 좋겠다.


"쌔에엠."

하면 선생님은 찰떡 같이 알아듣고 함께 울어주고 함께 웃어 주마.



한 영혼, 한 영혼 참으로 귀해 

바라볼때마다 함박웃음 짓게 한 너희가 

오래도록 그립고 생각날 것만 같다.



사랑한다.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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