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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green
Apr 21. 2023
지난 주 화요일,
시댁에서 소개시켜 주신 전기기사가 도착했다. 기존 등이 너무 어둡지 않냐며 이참에 led등으로 바꾸라고 건너건너 아는 사람을 보내준단다. 두달 전부터 시작한 점핑운동이 아침타임인데 하필 그시간에 오신단다. 책상과 집기류 몇개만 있는 과외방에 도착한 사장님께 예의를 갖추고 한톤 목소리도 높여
"사장님~!제가 운동을 다녀와야해서요. 하고 계시면 금방 다녀올게요."
"아이구 예에 사모님~! 잘다녀오십시요~!"
이악물고 점핑 한시간하고 기분좋게 다녀와 한창 작업중인 사장님께 말을 건넸다.
"사장님~다되어 가나요?"
...
"사장님~일이 힘드시죠~"
..."어휴 씨...와...씨..."
얼굴이 화끈거린다. 뭐지, 내가 뭘 잘못한것도 아닌데 내 곁에서 한숨을 쉬고 씨씨거리고 내말에 대답도 하지않는다. 낯뜨겁기도 하고 화가 올라왔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이상황을 전했고 남편은 자초지종을 들으러 전기작업자분께 전화를 걸으니 부품을 챙겨주는 직원이 잘못 챙겨줘서 얼마나 일이 힘든지 모르겠다며 푸념하고 틸틸댔단다. 남편은 이에 곧장 시어머니께 전활 걸어 대체 어떤 업체냐고 좀 잘 알아보고 보내시지 그러셨냐고 했단다.
곧 걸려온 시어머니 전화.
"애미야.내가 그 소개시켜준 사람한테 전화해서
아니 해줄라면 제대로 해주지 애미가 말하는데 말도안하고
씨씨거린다고 이야기해놨다.
그러니까 너도 예민하게 굴지말고. 가서 웃으면서 음료수 전해주고 해라."
?
글자로 정리하니 진짜 별 말이 아닌것같네.
근데 그땐 예민하다는 말에 더 화가났다.
"아니.어머니 제가 예민한게 아니잖아요.
어머니도 그상황에 계셨으면 화가 났을거에요."
"아니. 내말은 니가 예민하다는게 아니고."
"저 사람이 이상한거라구요!"
끊고나서 나도 울그락불그락했고 어머니도 아마 저 속좁은 며느리 또 꽁하게 굴겠구나 생각하셨겠다. 왜 사람들은
무례한 사람들이 아니라, 왜 나더러 예민하다 별나다,속좁다고 오히려 나한테 방향을 틀까.
아니지.어머니께서도 물론 그사람을 나무라셨다. 그사람을 더 비중을 두고 더 비난하셨다. 그런데 나는 또 정확히 내가 마음에 들지않은 나의 그 연약함을 찔러대는 그 한마디에 부들 거렸던 거다. 그날 밤 그전기기사는 어머니에게
"그집 아드님 참 성격좋다~!"는 이야기를 몇번이고 건네셨다 하셨고 그걸 어머니를 통해 전해들은 나는
누가 무어라하지도 않았는데 나를 비교하고 낮추는 기분이들어 이틀을 의욕없이 지냈다.
그러다 일주일이 지난 어제 아침.
같이 아침밥을 먹는데 남편이 내 얼굴에 난 큰 여드름을 보고 피부에 뭐가 큰게 났네.어짜노. 하길래 나도 요즘 피부가 고민이라 수저를 내려놓고 인상을 푹 쓰며 나도모르겠다며 한숨짓는데 남편이 또 나의 분노발작버튼을 눌렀다.
"여보.그냥 별뜻 없이 이야기한건데 당신은 또 예민하게 그렇게반응한다. 그럼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무슨말을 하노.당신 눈치만 살살 살피고있을까."
뭐래. 내 여드름에 한숨 한번 지었다고 또 저렇게 일반화 시켜서 밥상머리앞에서 저렇게까지.
"내가 방금 뭐 여드름때문에 죽는다고했냐?
속상해서 한숨 한번 지었는데 왜 또 예민하다고 프레임씌우고 별나다고 그러냐고!!
왜또!왜내가뭘또 그렇게 잘못했는데!!!
내가 그아저씨랑 쥐어뜯고 싸우길했냐
그분이 잘못한건데 왜내가 예민하냐고!!!!!!!"
서로 몇번 언성이 높아지다 남편은 출근을하고 가만 생각해봤다. 나는 무엇에 이렇게 화가 또 잔뜩 난건가.
그 감정들 베이스, 저 밑에는 무엇이 이렇게 사악하게 똬리를 틀고 앉아있길래 이 같은 패턴에 발악을 하는건가.
생각이 정리된것 같다.
남편에게 톡을 보냈다.
'되게 웃긴게.
당신도 피곤하면 감정 제어 할수 없을 정도로 예민해지고
그게 당연한건데.
왜 나는 내가 화낼만하고 억울해할만하고
속상해 할 만하면
왜 나더러 다들 예민하다고 그래?
나도 부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 있어. 그리고 이건 길어봤자 3일안에 다 해결되는감정이야., 내가 항상 둥글둥글 원만하게 살수있는 호인의 급도 안되고 그릇이 그렇게 넓지않은것 격하게 깨달았으니까
앞으로 예민하다,별나다라는 말 쓰지마.
내 분노 발작 버튼이라는거 명심해.'
이악물고 패드를 쳤는데 돌아오는 답은
예상 되듯
"네."
이쯤되면 남편이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는 것같기도하고
뭐 암튼 그러고는 그날 아침 점핑운동을 갔다.
땀이라도 실컷 흘리면 스트레스가 날아가겠지 싶어
신나게 뛰고는 마지막 스트레칭하는 타임에 익숙한 반주가 흘러나왔고 나는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항상 최신곡이나 알아듣지 못하는 클럽음악이었는데
한구절 한구절 내귀에 팍팍 꽂히는 바로 그노래는
"네모의 꿈"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네모난 것들 뿐인데
우린 언제나 듣지 잘난 어른의 멋진 이 말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해
지구본을 보면 우리 사는 지군 둥근데~♬
"아, 알겠습니다. 지금 내 인생의 도전과제는 둥글게 살으라는 거군요. 아이구,네네~ 그럴게요."
그리고 오늘,
전기 수리를 제대로 하지못한 그 전기아저씨가 오늘 다시오신단다.
며칠간 연속되는 여러 일들을 겪고
내 그릇이 더 커지게 하시려는 뜻이겠구나 싶어
들어오는 사장님께 먼저 말을 건넸다.
"사장님 안녕하셔요~" 넉살 좋은, 성격좋은 남편 흉내를 내본다.
본인도 지난번 돌아가 사장님한테 한소릴 들었는지
친근하게 화답하신다.
"네 사모님 안녕하세요~"
냉장고에 내가 제일 아껴먹는 컵커피도 두개를 꺼내드렸다.
킥킥
나 스스로 그릇이 조금 커진것 같아 대견하기까지하다.
하지만 가까운 가족여러운
그 두마디는 하지말아주셔요.
아직 그 말에 웃으며 받아칠 깜냥은 안됩니다.
그건 한 2ㅡ3년안에 해결해볼게요.찡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