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공무원 탓만 할 수 있을까

근무성정평정, 과연 그 기준은 존재할까?

by 마형

‘조용한 퇴사(Quiet Quitting)’가 문제가 되고 있다. 정확히는 아주 예전부터 있어왔던 문제였지만 최근에서야 문제 삼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일은 곧 삶이 아니며 당신의 가치는 당신의 성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미국 뉴욕의 20대 엔지니어가 틱톡에 올린 동영상이 인터넷상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며 유행처럼 번진 표현이다. 정해진 시간과 업무 범위 내외의 일만 충실히 수행하고, 초과근무 또는 추가 업무에는 확실히 선을 긋는 태도를 말한다. 쉽게 말해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작년 10월 중순에 첫 발령을 받고 인수인계를 받으며 느꼈다. ‘이 자리는 도저히 신규의 자리가 아닌 것 같은데...?’ 과연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업체에서 서류를 받아야 해서 업체 사장님들께서 사무실로 오실 일이 종종 있는데, 오시는 사장님들마다 “신규를 저 자리에 앉혀도 되냐”라며 걱정 어린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나에게 들어오는 서류들을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기에 출근 둘째 날부터 야근을 해야만 했다. 그리고 바쁘다는 12월이 찾아왔다. 바빠지기 시작한 이후로 12시 퇴근이 잦아졌고, 더 바쁠 때는 새벽 1~2시까지 해야만 겨우 업무를 처리할 수 있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어느 자리에 가든 바쁜 시기가 있고, 그 시기가 지나면 조금 한가한 시기가 찾아올 거라 생각했다. 공사, 용역에 대한 대금을 지급하는 업무였기에 공사가 없는 1, 2월에는 조금 한가할 것 같았다. 지옥 같던 12월이 지나고 1월이 되어 정기 인사이동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인사내역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3명으로 잘 돌아가던 우리 팀에서 인원을 한 명 빼 버린 것이었다. 빈자리의 업무를 둘이서 나눠가지게 되었고 나는 다시 새로운 업무를 배우기 위해 바쁜 나날들을 보내야만 했다. 그렇게 야근은 계속되었다.


다시 한 번, 그래도 괜찮았다. 언제 어디서든 다른 업무를 맡게 될 수도 있는 지방직 공무원의 특성상, 일찍 배워서 나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가 맡게 된 급여 업무도 썩 나쁘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사기업 인사팀에서 근무한 경력 덕분에 대략적인 흐름을 알고 있었고 급여와 관련한 지식들을 갖고 있었다.

그렇게 두 달이 지나고 빈자리는 새로운 사람으로 채워졌다. 나와 같은 신규인데다 비슷한 업무 경험이 없고 더군다나 육아휴직을 마치고 막 복직을 한터라 업무를 배우고 적응을 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대신하여 맡고 있는 업무를 최대한 천천히 넘겼으며, 야근을 하는 한이 있어도 최대한 그 분의 업무를 도와주었다. 그리고 급여 시즌에는 함께 남아 야근을 하며 알려주고 검토까지 해주느라 여전히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그러나 이번에는 괜찮지 않은 일이 생겼다. 이번 달에 근무성적 평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은 100점부터 99.8, 99.6 이런 식으로 100점에서 99점 사이에서 점수를 준다고 들어서 그런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내 점수는 98점. 승진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은 승진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100점을 받았다. 심지어 새로운 자리에 오신 분은 소수직렬이라는 이유만으로 100점을 받았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과연 내가 더 열심히 했다면 100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였을까? 그렇다면 여기서 더 열심히 한다는 건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걸까? 답은 없는 듯하다. 혼자서는 도저히 결론이 나지 않아 동료들과의 술자리에서 물었다.

“형이 98점을 받은 거는 내가 다 화가 나는데?” 평소 일을 정말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한 친구가 대신 화를 내며 말을 이어갔다. “아니, 형은 가산점 받아서 105점 받아야 돼.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다 수긍할 텐데 어떻게 98점을 줘?”

자랑은 절대 아니지만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서로의 술잔을 비운 뒤에는 “형한테는 미안한데 한편으로는 형이 98점이면 내가 97점 받은 것도 납득은 간다.”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직서 제출도 없고 퇴직 면담도 없는 퇴사라 어떻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부로 ‘조용한 퇴사자’ 명단에 제 이름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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