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김치와 열무김치 속 기운과 자신감
부모님들의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
엄마와 장모님. 두 분의 공통점은 쉬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결혼을 하고 나면 두 분이 조금 편해지리라 생각했다. 자식들 모두 결혼시켰으니, 밥도 빨래도 조금씩은 덜 하시겠지 생각했다.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었다. 엄마와 장모님은 여전히 바쁘셨다. 일도 하시고, 우리들 반찬이며 이것저것 챙겨주셨다.
쉬는 법을 모르는 걸까?
두 분다 우리를 챙겨주시니 감사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이 됐다. 아내에게 '우리 엄마들은 쉬는 법을 모르시는 걸까?' 하고 물었다. 처음에는 휴일 없이 일하고 우리를 돌본 엄마와 장모님이 갑자기 쉬는 것은 익숙지가 않아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퇴근 후 이제는 쉬어도 좋을 때, 부지런히 엄마와 장모님은 무언가를 계속하고자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내는 이 질문에 답을 구해왔다. 아내는 내 질문에 대해 연차가 있는 회사 동료들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아내의 동료들은 부모님이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이라고 했다. 나이가 들며 본인의 가치가 쓸모 없어지지는 않는지 걱정되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부모님 본인 스스로 능력을 확인해야 했던 것이다. 이것은 본인이 아직 쓸모 있으며 자신의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증명이었다.
쉬는 것만큼 일하고 인정받는 것도 중요해
젊은 시절보다 힘에 부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자리와 일하는 즐거움은 부모님들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부양비 측면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과 자존감 회복에 중요하는 것이다. 아직 본인의 능력이 있다는 사실에 삶의 긍정적 태도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
더구나 또래와의 사회생활을 통해 건강에서 활력을 회복하는 기능 또한 엄청나다. 우리가 친구나 비슷한 나이 때와 놀고 대화하는 즐거움이 있듯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부모님들의 사회생활을 장려하고, 응원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다.
파김치와 열무김치에는 기운과 자신감이 있다
장모님은 파김치를, 엄마는 열무김치를 직접 해주셨다. 여전히 맛있고, 우리 식탁의 밥도둑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아내가 구해온 답을 듣고 보니 두 분이 주신 각각의 김치에는 무언가를 하실 수 있는 기운과 자신감도 보였다. 너무 내가 부모님을 걱정해야 할 대상으로 본 것은 아닐지 반성도 들었다. 엄마와 장모님은 나보다 더 많은 시간 어려운 순간과 위기도 잘 넘긴 지혜가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가 부모님들에게 해야하는 것은 격려와 용기를 불어 넣는 일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