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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용 Apr 15. 2022

고급 백화점에는 1+1이 없다

7. 상품의 탄생 - 가격 할인 전략

궁핍했던 취업준비생 시절, 매일 집에서 도서관으로 출근했다. 집에 있는 것보다 부지런히 취업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점심시간이었다. 모아 놓은 돈도 거의 떨어져 가는 시점이었다.  한 끼 사 먹는 것도, 음료수를 먹는 것마저 사치라고 느껴졌다. 하지만 내 이성적인 판단과 다르게 배는 고팠고, 목은 말랐다. 취업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나는 용돈을 아끼면서 배고픔과 목마름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우연히 편의점 할인정보를 모아놓은 앱을 알게 되었다. 1+1이나 2+1 행사상품인 음료수, 과자를 사서 며칠을 나눠 먹었다. 그렇게 몇 달을 버텼고, 취업을 했다. 내 생에 가장 궁핍했던 과거였기에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1+1이나 2+1 행사 상품을 자주 사다 보니 그 상품들이 행사하는 이유와 가격할인과의 차이점을 알았다. 그리고 영업으로 일하며, 할인 전략을 배울 수 있었다.


가격 할인행사는 경쟁, 박리다매, 고객유도

가격 할인행사는 경쟁에 초점을 맞춘다. 상품을 많이 판매하여 매출과  이익액 확대를 목표로 한다. 1개당 이익률은 적어지더라도 가격 할인으로 더 많이 팔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액이 더 높다 판단한 것이다. 또 다른 가격 할인행사의 목적은 경쟁사와 점유율 경쟁을 하는 것이다. 고객이 생각하는 적절한 가격보다 할인하여 내가 영업한 상품의 구매를 유도한다. 점유율을 확보하면 매장의 입지가 올라가고 추후에는 더 많은 상품을 영업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심지어 파격적인 가격 할인 상품은 유통업체의 고객 유입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켓 컬리의 회원가입 시 첫 구매 시 100원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광고를 판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한 광고가 고객을 유통사로 유입시키는 매개체이자 상품 판매를 늘리는 방법이다.


물량 할인(1+1)은 재고 소진, 홍보

1+1과 같은 물량 할인은 재고 소진에 의미를 두는 경향이 더 높다. 재고 소진을 빠르게 하는 동시에 판매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물량 할인은 편의점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아무래도 편의점은 유통기한이 짧고 판매 회전율이 좋은 상품을 많이 취급하기 때문이다. 유통기한이 짧은 상품은 재고에 대한 부담이 있다. 그래서 1개보단 2개, 2개보다는 3개를 사도록 유도한다. 대표적으로 우유가 들어간 상품은 유통기한도 짧고, 한번 생산할 때 생산량이 많아 재고부담이 크다. 그래서 이를 해결하고자 1+1 또는 2+1 행사를 자주 한다. 식품업계에서 유통기한이 도래하여 남은 잔여 재고는 곧 손실이다. 손실과 함께 폐기비용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여지가 있다. 그래서 +1을 더 주면서 매출도 올리고, 제조업체의 재고부담도 줄이는 역할을 한다. 또한 +1 행사는 어느 정도 홍보 효과도 염두에 둔다. 상품을 많은 고객이 최대한 사용하고, 음용하여 신상품이 시장에 자리 잡도록 하는 역할에 의미를 두기도 한다.


고급 백화점에는 1+1이 없다

고객들이 할인을 모든 상황에서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할인도 장소와 타이밍, 전략을 알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급 백화점이 대표적인 예다. 고급 백화점에는 가격 할인은 있어도 물량 할인은 거의 없다. 그 이유는 백화점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고객들이 백화점에 방문하는 목적은 좋은 상품 구매에 있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사기를 바란다. 그러다 보니 대형마트처럼 대량 구매를 원하지는 않는다. 또한 너무 싸도 좋은 상품인가 의심한다. , 고객들은 백화점에서 대형마트보다 적은 양을, 좋은 상품을 알맞은 가격에 사는 것을 기대한다. 그러다 보니 고객들은 양을 더 주는 물량 할인보다 적절한 수준의 가격 할인을 바란다. 업체 입장에서도 고객이 바라지도 않는 물량 할인을 백화점에서 억지로 할 이유는 없다. 그래서 고객이 자신의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너무 싸지도, 너무 비싸지도 않게만 가격을 정한다.


가격 할인 절대적이지 않다

궁핍했던 그때의 흔적은 지금 온데간데없다. 하지만 편의점이나 대형마트를 가가끔씩 1+1을 찾던 어려웠던 때가 떠오른다. 그러면서 가격이 정말 상대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궁핍했던 나처럼 누군가에게는 절실했던 1+1 물량 할인이 고급 백화점 어느 고객에게는 필요 없고, 꺼려지는 것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머리로는 인지하지만, 마음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아직나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구원해주는 살만한 세상이라 믿는다. 그 이유는 가격은 구매 조건의 우선순위일 수는 있어도 절대적인 요소는 아니다. 사람들도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착한 기업, 착한 가치를 지닌 상품 구매를 선호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이러한 것을 보면 사람들 간 격차는 존재하더라도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가 사람들 마음속에 자리 잡아간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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