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빵을 찾아 헤맸다. 이 글에 쓰일 사진 하나를 위해 찾고 기다렸다. 결국 구하지 못하고, 아내의 지인을 통해 사진을 받았다. 나뿐만 아니라 꽤 많은 사람들이 포켓몬빵을 구하지 못해 답답해했다. 우리가 포켓몬빵을 구하기 어려운 이유는 동종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어느 정도 추측이 된다. 그 이유는 예측 때문이다. 꼬꼬면, 허니버터칩, 곰표맥주, 포켓몬빵에 이르기까지 모두 쉽게 구하지 못했던 기간이 있었다. 모두 공통적인 이유도 예측이었다. 예측이 왜 문제가 되었을까?
판매 예측은어렵다
생산을 위해서는 예측과 계획이 필요하다. 만들고 싶은 것을 공장에서 뚝딱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산 자재, 공정 변경, 다른 제품을 납품해야 하는 스케줄 등 여러 사정이 있다. 특히, 신제품은 예측이 중요하다. 판매 데이터가 없어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기획부터 판매를 예측하고, 생산 일정을 미리 잡는다. 준비해야 할 것도 많다. 그리고 다른 제품의 생산 일정도 배려해야 한다. 그래서 수요, 매출, 손익 예측까지 기획서에 담고, 생산 결정을 적어도 2~3개월 앞서 준비한다. 띠부띠부씰이 들어있는 포켓몬빵은 신제품과 다름없다. 기존에 판매했던 데이터도 오래됐고, 시간도 많이 지나 수요 예측에 큰 도움은 안됐을 것이다.
포켓몬빵처럼 수요가 예측 수량보다 많거나 적은 경우 문제가 발생한다. 포켓몬빵 담당자도 이러한 엄청난 수요는 예측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부랴부랴 생산 일정을 추가해서 잡고, 다른 팀에 양해를 구해 우선적으로 생산 요청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추가 요청을 해도 마음 한편은 불안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이 생산했는데 갑자기 수요가 줄어버리면 어쩌지라는 불안감. 더구나 빵이라는 특성상 유통기한이 매우 짧다. 그래서 재고가 남아버리면 엄청난 손실이라는 것을 더 잘 안다. 그래서 마음 가는 대로 대량으로 추가 생산할 수도 없다. 추가 생산이지만 최소 수요로 예측하여 적은 생산을 요청한다. 즉, 재고가 남아서 처리하는 비용보다 빵이 모자라게 되어 수요를 못 맞추는 손실이 상대적으로 더 낫다고 판단한다.
고객은 애가 타지만 경영자는 다르다
물론 고객만족을 위해 추가 생산한다. 하지만 고객의 수요보다는 아직도 적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고객 수요가 높다면 고민에 휩싸인다. 생산을 더 늘리기 위해 투자를 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삼양라면의 불닭볶음면처럼 지속적인 수요가 증가하고,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를 잡는다면 투자할 가치가 있다. 실제로 불닭볶음면은 해외 수출까지 염두하여 생산 공장을 신규로 설립할 정도로 수요가 증가했다. 또한 전 세계 고객 마음속에 라면의 새로운 한 카테고리로 불닭볶음면은 자리를 잡았기에투자가 가능했다. 그러나 포켓몬빵이 겪고 있는 아직까지 짧은인기에서는 생산 확대를 위한 투자 결정이 어렵다. 이미 꼬꼬면이나 허니버터칩의 대량 공급이 되었을 때 이미 학습했다. 꼬꼬면과 허니버터칩 생산업체는 공급이 늘자 공장 증설에 투자를 결정했다. 그러나 고객 수요가 확연히 줄었다. 그렇게 공장의 투자는 일부손실로 판단되었다.
불닭볶음면처럼 꾸준히 천천히 지속적으로 판매가 상승하기를 경영진은 바란다. 그래서 생산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을 선택하며, 재고 손실은 축소하는 방향을 선택한다. 예측된 손실은 감수할 수 있지만 투자로 생산을 늘려 발생하는 손실은 위험성이 커 감수하기를 꺼린다. 이 마음이 공급 부족 현상을 지속하게 만든다.
계획은 항상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시나리오의 핵심은 준비와 대응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외부 변수가 통제될 수 없다는 것을 모두 안다. 그러다 보니 예측값은 항상 어느 정도 긍정적이면서 보수적인 값 그 사이다. 생산자는 만족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부족한 상황이 반복된다.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획할 때부터 미리 시나리오 플래닝을 해야 한다. 시나리오 플래닝이란 중요한 요소를 중심으로 3∼4개의 있을 법한 미래를 예측하여, 대비 계획하는 작업이다. 리스크를 줄이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계획을 조기에 세워 통제가 가능하도록 바꿔간다.
시나리오 플래닝의 본질적인 핵심은 예측과 분석이 아닌 상황별 준비와 대응에 있다. 어차피 예측대로 계획대로 되면 좋지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우리는 예측보다 대응이 더 집중해야 한다. 물론, 예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대응을 준비하는 것이 미래를 예측하는 것보다 더 쉽고, 경제적으로도 효율적이다.그래서 각 시나리오별로 우리는 대응방안을 미리 기획해야 한다. 공급이 많을 경우, 맞을 경우, 부족할 경우 모두 대비하고 협조를 구해놓는다. 그리고 마련한 방안을 조기에 실행하도록 해야 한다.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포켓몬빵 부족은 시나리오 플래닝에 따른 고객에 대한 배려가 아쉬웠다. 언제, 어떻게 순차적으로 포켓몬빵을 조금 더 구입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시나리오에 따른 응대가 아쉬웠다. 고객의 기다림에 대해 포켓몬빵이 적극 응답하고, 직원 이탈행위를 잘 통제했다면 고객은 더 이해해줬을 것이다. 그랬다면 마케팅 때문에 일부러 만들지 않는다는 오해는 줄였을 수 있었다.
이러한 고객과 오해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과거 분석, 예측보다 조금 더 대응 방안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코로나와 같은 변수로 인해 우리는 계획대로, 예측대로 되지 않음을 깨달았다. 예측불허 미래 상황에서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빠르게 행동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법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모든 시나리오를 예측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고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는 미리 대비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랬다면 조금 더 편하게 우리는 포켓몬빵을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