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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용 Apr 29. 2022

다른 사람의 폰에서 내 친구를 만났다

늦게 배우를 시작한 친구에게 인생을 배웠다

러시아워 시간대 지하철 아침 출근길. 초밀착한 상태로 있다보니 불가피하게 다른 사람이 보고 있는 스마트폰을 보게 되었다. 실례라고 생각하고 황급히 눈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찰나 그 사람의 스마트폰 액정에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바로 내 결혼식의 축사를 해준 친한 친구였다. 그는 다른 사람의 폰에서 내 친구가 아닌 웹 드라마 속 배역으로 있었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친구가 얼마나 배우로 노력하는 지 느껴졌다. 다른 사람의 폰에서 내 친구를 만나자 친구가 배우를 선택했다고 말한 때가 떠올랐다.


늦은 나이에 시작했지만 그는 누구보다 열심히 했다

내 친구. 그는 배우다. 아직 유명하지는 않지만 검색하면 네이버 프로필이 나오고, 인터뷰 기사도 있다. 단역부터 차근차근 배우로 경력을 채워가고 있다. 친구가 처음 배우를 하겠다고 우리에게 말한 때는 29살이었다. 그는 배우와 관련 없는 전공에, 더구나 연줄도 없이 늦은 나이로 시작했다. 그의 선택을 듣고 친구들과 나는 당황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봐왔던, 20대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가 생각지도 못한 배우라는 진로선택했기에. 당황했지만 이내 다른 친구들과 나는 내 친구의 꿈을 응원했다. 걱정은 했지만 친구가 마음먹고 하면 무언가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믿음에 보답이라도 해주듯 친구는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하루를 대부분 연기연습과 몸관리를 했다. 그 결과 3초 남짓한 등장에서 점점 배역의 비중도, 출연 시간도 함께 늘어났다. 그렇게 노력하며 친구는 작품 속 조연으로 등장했고, 나는 그 모습을 다른 사람의 폰에서 목격한 것이었다.


친구의 라이프 사이클달라졌지만, 우리 곁에 있

물론 그가 배우로 길을 걷고 배역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그리고 코로나 사태로 자주 볼 수 있는 시간은 많이 줄었다. 코로나와 함께 그의 업무 스케줄은 평범한 직장인이거나 자영업자인 다른 친구들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친구미리 스케줄을 조정해 다른 친구들의 경조사에는 항상 참석했다. 또한 단톡방에서도 늦게라도 연락에 답해주는 성의를 보였다. 그러다보니 만나지는 못해 서운한 마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얼마나 그가 노력하고, 애쓰는 지 느껴졌기에 더 응원했다.하지만 TV로 친구를 만나게 되니 처음에는 어색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히려 반갑고, 열심히 하면서 성과를 내는 것 같아 뿌듯했다. 어쩌면 친구의 등장이 내가 해낸 것처럼 내가 다 기뻤고 자랑스러웠다.


자기 진로를 개척해나간다는 것만으로도

배우라서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사실 더 자랑스러운 것은 자기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모습 때문이었다. 새로운 분야에서 누군가 도움없이 배우의 길을 걷고 성과를 내는 모습이 꽤 감동적이었다. 더구나 조금 늦었기에 더 노력하고 간절히 자기관리 하는 모습이 본받을 점이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나도 친구 덕분에 삶의 동력을 새롭게 얻었다. 무엇이든 시작하기에 절대 늦은 것은 없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꿈에 다가가며 어려움도 있고, 낯선 경로를 거쳐야만 하겠지만 친구처럼 묵묵히 최선을 다해 연습하면 이겨낼 수 있는 용기도 얻었다. 그래서 나도 다시 힘을 내 취업을 했고, 사회에서 성실함과 버텨보는 힘을 키워낼 수 있었다.

배우로서 성공이 꼭 주연이 아니어도 좋다. 그래도 내 친구가 자기의 길에서 자신이 목표로한 것은 꼭 성공했으면 좋겠다. 아니 어쩌면 내 친구는 성공을 했다. 스스로 배우의 길을 개척했다는 것, 나만의 꿈을 향해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며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4월 16일 다시한번 친구의 생일을 축하하며, 배우의 길을 달려가는 그를 든든한 팬이자 친구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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