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입사 후 회사가 흑자를 달성한 첫 해였다. 첫 흑자까지 적자만 4.5년, 계획된 적자라고하지만 그 속을 뜯어보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었다. 무엇보다 앞서 기존에 있던 중간급 직원들이 손익에 대한 인식이 매우 부족했다. 담당하는 채널 또는 상품의 손익을 파악하지도 못했고, 할 의사도 없었다. 심지어 대표 지시에도 대기업 출신 중간급 직원들은 못하겠다 손을저었다.
불가피한 상황에서 당시 대표는 신입사원인 나와 입사 동기에게 업무를 지시했다. 전산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기존 직원들의 어려움은어느 정도 이해했다. 오히려 멋모르면 더 부딪칠 수 있던 신입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일까. 나와 동기는 며칠간의 야근 끝에 의미 있는 채널별, 상품군별 공헌이익 지표를 만들어냈다.
관리는 공헌이익지표가 시작이다
상품 출시가 되었다면 관리 영역으로 들어간다. 관리의 기초는 지표에서 시작한다. 매출액, 점유율 등 다양한 지표가 있다. 다양한 지표 중 CEO관점에서 무엇을 해야 손익을 바꿀 수 있는 가가 가장 궁금한 사항이다. 그래서 단위를 정하고, 그 단위들을 세분화하여 분석하며 개선해야 하는 포인트를 찾는다. 개선 포인트를 찾기 위해 가장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관리 회계인 공헌이익이다.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공헌이익은 판매수량의 변화에 따라 변하는 총수익과 총변동비의 차이다.즉, 매출에 비례하는 추가 비용에 대해 매출총이익(매출액-매출원가)에서 차감한다.
공헌이익=매출액-매출원가-변동비(비용)
공헌이익 지표는 목표설정과 사업부별 성과 파악을 가능하게 해준다. 이는 기업의 의사결정에 중요한 단서이자 직원들의 동기부여 지점이다.적자기업 또는 적자상품은 1차적으로 손익분기점을 목표로할 것이다. 흑자기업은 관리를 위한 목표설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목표 설정을 통해 의사결정에 중요한 기초 방향을 수립할 수 있다. 또한 사업부별 성과 파악은 직원의 일하는 방향 설정과 동기부여가 된다. 이는 곧 성과달성과 인센티브의 근거가 된다.
입사 후 4개월 만에 만든 채널별, 상품별 공헌이익 지표는 회사 현실을 낱낱이 드러냈다. 적자 원인이어떤 품목과 유통채널에서 발생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나기 시작했다.그리고 원인 해결을 위한 해결 방안 도출 회의가 시작했다.
지표를가지고 응용과 관점 전환이 가능해야한다
목표파악과 함께 지표들을 응용해보면 효율성 관련 지표가 된다. 예를 들어 매출액 1,000원에 50원의 비용을 썼다면 5%라는 비용률이 계산된다. 이를 역으로 해보면 1000/50=20이다. 다른 관점에서 이를 살펴보면 1원의 비용으로 20원의 매출을 창출한 것이 된다. 5%와 20원계산은 단순히분모와 분자를 바꾼 것뿐이지만 느낌은전혀 다르다.지표 응용을 통해 관점 전환도 가능하다.
그 외의 지표들을 응용하고 고차원화 시키면 더 많은 것들을 알 수 있다. 야구계의 혁신이 기존 야구 지표를 응용하며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 세이버 메트릭스처럼 공헌이익 지표를 응용하면 전통적 수치로도 기존 경영의 혁신이 가능하다. 손익을 개선하는 방법에서 제일 중점에 두었던 것도 이 부분이었다. 기존 지표를 응용한 새로운 지표는 게임에서 이기는 새로운 방식 또는 접근법을 제공한다. 특히, 나는 비용 효율성을 판단하는 방식에 중점을 두었다. 그렇게 나는 새로운 관점으로 기준을 만들고, 비용과 자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방법을 고민했다.
숫자가모이면 미래를 예측해야한다
값들이 모여 데이터가 되고, 데이터가 모여 자료가 된다. 데이터가 축적되면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진다.이러한 예측은 계산이 가능한 지표가 있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에 따라 지표가 어떻게 바뀌어질지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 계절적, 시간적 요소를 원인 변수로 하여 매출, 손익 예측에 반영한다. 손익 예측을 기반으로 의사결정이 더 빠르고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대응방안을 준비해 둔다. 이를 통해 어떠한 변수에도 예측에 기반한 대응책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예측에 유의할 점이 있다. 시뮬레이션을 이상적으로 생각하고 예측하면 문제가 생긴다. 해당 의사결정에 따른 부수 요인들이 생각보다 복잡하게 서로 영향을 미쳐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변화든 기회비용과 리스크가 존재한다. 그러한 기회비용과 리스크를 감안하여 최대 약 80%의 효과로 예측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변화로 발생하는 20%는 비용이나 부작용에 따른 시행착오로 바라봐야 한다.그리고 더 나아가 의사결정으로 영향을 미치는 내외부 구성원들의 행동변화도 예측해야 한다. 단순 지표만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행동에 따른 변화도 가능해야 적자를 흑자로 바꾸고 유지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
지표 파악은 객관화를통해 진실을 마주하는 것
어쩌면 공헌이익 지표를 만들기 전 중간급들이 못하겠다 거부한 것은 변화를 거부하고, 현실도피였는지도 모른다. 의사결정에 의한 시뮬레이션도 마찬가지다. 이상적인 모습만 시뮬레이션 모습을 보고하는 것도 민낯을 거부한 현실도피였다. 현실도피는 결국 변화를 거부하고, 기존의 질서에 순응하겠다는 의미이자 실패의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나도 중간급들과 같은 나이가언젠가는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무엇보다 현실을 정면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리고 뒷세대는 나보다 더 뛰어나고, 능력이 있을 것이라 믿을 것이다. 그들은 새로운 사실과 기준을 찾고,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내가 자리에 연연하기 위해 현실을 외면하고, 새로운 세대의 의견을 거부하며 수동적인 삶을 살고 싶지는 않다. 나는 새로운 사실과 세대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앞장서서 개선하는 주도적인 어른다운 어른이 되어야 한다 믿기 때문이다.
적자를 흑자로 만드는 첫 방법은 지표를 정면으로 마주해야 한다는것이다. 지표를 정면으로 마주한다는 것은 기존의 것이 옳다는 고집을 버리고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되었다는 것이다. 즉, 적자를 흑자로 바꾸는 진정한 첫 단계는 지표를 마주하여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라는 진정한 어른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