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을 괴롭히는
가만히 서서 손으로 닿을 수 있는 거리가 한정되어 있듯, 나라는 존재도 닿을 수 있는 정도가 정해져 있나보다.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도, 더할 수도 덜 할 수도 없게 정해져 있다.
그래서 가만히 서서 주위를 둘러보듯 생각해 보았다. 나는 어디까지 손에 닿았으면, 하는 걸까. 그러고보니 욕심이 너무 많다. 멀리 있는 것도 가까이에 있는 것도 찬 것도 뜨거운 것도 아픈 것도 다 손에 닿았으면 하나보다.
관계라는 이름으로 묶인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떠올릴 때, 그리 어렵지 않게 각 사람의 성향과 관심사도 함께 떠올릴 수 있다. 무엇을 좋아하고 같이 있을 때는 주로 어떤 대화에 흥미를 보이는지. 가치관은 어떤지 주로 어두운지 밝은지. 함께 보내는 짧은 시간들 속에서 내가 얻어낸 정보들이 결코 깊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후에도 상대의 정보를 거의 자동적으로 읽어내는 습관(?)은 고쳐지지 않는다. 여기에서 욕심이 시작된다. 나는 상대와 꼭 맞는 사람이 되어주고 싶다. 최대한 귀기울이고 맞장구 치면서. 또 가능하다면 알고 있는 정보도 함께 공유하면서. 그렇게 언제나 누구와 만나도 불편하지 않은, 오히려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대단하지 않은 실력이지만 할 줄 아는게 많다. 피아노도 칠 줄 알고, 음악도 적당한 지식과 함께 즐길 줄 알고(물론 굉장히 편식하지만), 영화, 그림 등 감상할 수 있는 문화생활을 마치면 글 한 편 정도는 쓸 수 있다. 그림도 그리고 사진도 찍고 재봉질도 한다. 요즘은 영어공부가 즐거워 거기에 빠져있다. 나중에는 노래도 만들고 싶다. 문제는, 아니 문제일까. 어쨌든 문제는, 하나라도 제대로 하고 있는 건 사실 없다는 거다. 그런데 다 하고 싶다. 왜 다 하고 싶냐고 물으면, 그냥 다 할 줄 알고 싶다고 대답할거다. 할 수 있는 내가 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면 재밌다.
욕심에 대해 머릿속에서 가지치기를 시작했을 때, 사실 결론을 내리고 글을 쓰기로 결심하진 않았다. 결론이라고 해봐야 쓸데없는 잔가지들은 쳐내고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던지 아니면 살던대로 살던지 둘 중에 하나일테니. 그저 적으면서 얼마나 욕심을 부리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정돈해보고 싶었다.
하루는 너무 짧다. 그렇다고 일주일이 긴 것도 아니다. 다 닿아서 담기엔 내 팔도 짧다. 팔만 뻗다가 지나가는 하루들을 멍하니 바라보기엔 곧 다가올 삶의 무게가 너무 크다. 하루를 정돈하자. 정돈해보자. 포기하지는 말고. 그렇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