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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Jul 11. 2016

버스안에서

약 30분

집에서 스터디 가는 길. 약 30분을 달리는 버스안에서 나는 얼만큼의 글을 쓸 수 있을까.


일주일을 열심히 정리하고 잠들었다고 생각한 일요일 밤이 무색하게 굉장히 복잡한 마음으로 깨어난 월요일 아침이었다. 하루종일 찜질방 같은 집안에서 한 발자국도 나오지 못하고 이것 저것 해야할 일들을 하다보니, 스터디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그리고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웠구나.


교회에서 필리핀으로 짧은 선교를 떠날 날이 8일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약간 팀장과 회계 그 중간 어디쯤의 이상한 위치에서 팀을 꾸려간지 올해로 4년 째인데, 익숙해질 법도 한 이 순간이 언제나 새롭고 어렵다. 유난히 올해는 내 삶의 위치때문에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 같다.


나는 취준생이다. 취준생이 되고 싶지 않았고 어딘가에 취업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던 패기넘친 그 시절은 바람처럼 지나갔고 결국 나는 누군가에게 나를 고용해달라고 해야만 하는 존재가 되었다.


이런 나에게 이번 여정은 사치다. 하반기에는 취업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면서도 7월이 시작되고 부터는 취업을 위해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 다 필리핀 때문이다. 아니, 그 모든 것을 완벽하게 관리해낼 역량이 부족한 나 자신때문이다. 철저하게 할 일 리스트를 작성하고 리스트의 세부 내용을 정리하고 시간을 분배해서 아침부터 밤까지 열심히 살았다면 가능도 할텐데...! 라고 하루가 시작될 때 그리고 끝날 때마다 생각하지만 좀 처럼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특히나 이번 주는 밥 세끼 챙겨먹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이 드는 월요일이었다. 해야하는 집안일도 못했고.


출발 전 일주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건, 출발 날부터 시작될 아비규환에 맞서 싸울 튼튼한 마음은 준비해야만 한다. 어떤 종류로든 마음을 흔들고 어렵게 하는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날테니까.


아직 도착하려면 7분정도 남았는데. 이쯤이면 된 것같다. 버스 안에서도 글을 쓸 수가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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