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생각도 전부 다
2016년의 첫 달부터 네 달동안 캐나다의 위니펙이라는 곳에 있었다. 남들처럼 멋들어진 외국생활 체험기나 여행수기 같은 것들을 나도 쓰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위니펙에 지내면서 쓴 글도 딱 한 개 뿐이다. 가장 추운 기간동안 아무 계획없이 갔기에 딱히 한게 없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운동을 하지 않았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삶을 어렵게 하는 모든 요소들을 피해 달아나듯 그곳에 가면 하고 싶었던 것들에 더 집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간관계, 남에게 보여지는 나, 취업, 연애 그리고 결혼, 그리고 그것을 담고 있는 내 나라의 이 사회. 그러면 좀 내 맘이 넓어져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생각도 정리하고 조금 더 이 삶을 잘 느끼며 살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 연습이라도 되겠지, 착각했다. 스무살의 내가 장기하와 함께 느리게 걷자고 자신있게 외친 것처럼, 그 때의 나를 기억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었다. 이국적인 풍경을 영화에서 볼 땐 분명히 맘이 편안했는데. 오히려 아름다워 감탄했었는데. 실제로 그 세트장 같은 풍경에 놓여지니 울렁거렸다. 밤은 견디기 어려울 만큼 우울하고 외로웠다. 살면서 외롭다는 감정을 느껴본건 그 때가 처음이었다. 위니펙의 지인들에게는 미안해서 웃으려 노력했다. 때때로 나를 괴롭혔던 (공황장애가 아닐까 싶은)증상이 시시 때때로 나를 덮치고는 결국 몸이 버티다 못해 쓰러져버렸다.
이제 와서 돌아보니, 27년을 살면서 제대로 운동해 놓은게 하나도 없다. 몸도 마음도 생각도 전부 다. 조금씩 해보고는 이 핑계 저 핑계로 멈추고 미뤄두는게 습관이었다. 그게 습관이라고 여기고 싶지 않아서 내 나름의 사는 방식이라고 거짓말했다.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찾아 평생 그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그럴 듯한 핑계로, 눈 앞의 일상을 보내버렸다. 심지어 좋아한다는 일 조차 단 한 번도 꾸준히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당연히 아무 생각이 안 들 수밖에. 환경이 달라졌다고 나도 같이 달라지는게 아니라는 걸 왜 떠나서야 알았을까.
한국에 돌아가면 일상을 충실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었다. 여기서 떠날 때와 마찬가지로 약간의 부푼 기대감과 함께.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일상을 충실히 살아내는 건 너무 힘들다. 매끼 스스로 밥을 챙겨먹고 같은 시간을 투자해 매일 공부하고 좋아하는 일에도 공을 들이는 하루를 만들어가는 일은 사실, 귀찮다. 그런데 꾹 참고 마음을 다잡아가며 그 일상을 이어가다 보니 몸만 운동이 필요한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꾸준히 하다 놓으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체력처럼, 마음도 생각도 그렇다. 공부도 취미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신앙도 역시나.
너무 늦게 안건 아닐까, 순간 순간 그런 후회가 밀려온다. 그래도 아직 젊으니까, 늦지는 않았을 거야 하고 다시 힘을 내본다. 오는 내일도 천천히 스트레칭 해보자. 귀찮아도 한 번만 더 움직여보자. 그런 매일이 모여 튼튼해지듯, 내 삶의 모든 것이 그러하길 기도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