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4월 4일 봄바람

18개월 29일

by 마이문

선우 취침 11:00

선우 기상 7:30

우주 기상 7:30

우주 취침 9:45


주말간에 일기를 쓰지 못했다. 토요일에는 결혼식에 다녀오고 일요일에는 캠핑 페어에 다녀왔다. 다녀온 것 자체만 두고는 그리 피곤할 게 없는 일정이지만 아기와의 삶이란 어떤가. 다녀온 만큼 해야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우릴 기다리고 있으니. 미션을 수행하듯 밥을 챙겨 먹고 할 일을 마치고 둘 다 우주 기절과 동시에 잠들었다.


그래도 참 따뜻한 기억을 남겼다. 서방구 친구의 결혼식이었는데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일곱명의 모임 중 한명이라 다른 친구들도 모두 모이게 되는 자리였다. 원래는 서방구 혼자 가려다가 다른 두 친구가 아기와 아내를 다 데려오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우주와 나도 따라나섰다. 오랜만에 서울 공기도 마시고 봄기운도 느꼈다. 우주는 오며 가며 푹 자주어서 우리는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다녀올 수 있었다.


코스요리가 나오는 호텔식 예식장이었다. 생각지도 못했는데 엄청 대접받는 기분이 들었다. 연봉이나 지위같은 게 별로 탐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것을 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나니 부러웠다. 요즘은 내가 나 살 것 아끼고 못 사는건 괜찮은데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로 마음을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는게 자주 슬프다. 그것 또한 내 선택이니 받아들여야 하겠지만. 그래도 언젠가 생일이나 기념일을 기똥차게 챙겨줄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결혼식에 온 친구들 그리고 그 가족들과 카페에 모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나눴다. 결혼하지 않은 오빠가 하나 있었는데 우주를 자연스럽게 챙겨주니 고맙기도 하고. 서방구는 나를 모임 때 자주 데려가곤 했는데 그때는 낯을 많이 가려서 웃기만 하다 집에 왔지만 아줌마가 된 나는 넉살만 늘어서 신나게 떠들다 왔다. 같은 육아의 시간을 걸어가는 두 엄마들과도 공감과 위로를 나눴다.


일요일에는 캠핑페어가 열렸다는 소식을 전해준 서윤이네와 함께 수원에 다녀왔다. 역 근처에 페어를 위해 생긴 듯한 커다란 건물이 있었고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차도에 차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고 있었다. 캠핑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는 끝난 상태라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하러 갔다. 기획이 재밌는 브랜드가 몇개 없어서 아쉬웠다. 같이 간 서윤이네는 텐트를 구경하고 싶었는데 카라반이나 픽업트럭이 많이 있고 정작 텐트는 몇개 없어서 아쉬워했다. 그래도 다양한 제품을 한자리에서 구경하니까 우리가 캠핑 경력이 좀 더 되면 어떤 장비로 업그레이드 하면 좋을지 얘기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차를 뚫고 들어오는 햇살에 갑자기 열이 올랐다. 더위구나. 이게 바로 잊고 있던 더위야! 아직 추위에서 벗어나지 못한 옷차림으로 갑자기 더위를 만나는 그 타이밍. 4월이 온게 틀림없다. 오늘은 집에서 그 더위를 다시 만났다. 낮이 찾아오자 긴팔 셋업을 입고 있기가 부담스러웠다. 창문을 열어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데도 햇살에 살이 조금이라도 닿으면 이내 찬기운이 사라져버렸다. 오랜만에 반팔을 꺼내 입었다. 곧 옷장 정리를 해야겠다.


이번 시즌 이앓이의 마지막 남은 어금니가 오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고 잇몸만 볼록하게 밀고 있다. 그때가 가장 힘들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그 좋아하는 이케아도, 엘리베이터도, 씽씽이도 싫다며 옷도 못입히게 하는 우주와 간만에 제대로 집콕했다. 이제 밥 세끼 차려 먹이는 게 많이 수월해져 여유있게 놀았다. 서방구의 월, 화, 수 출장으로 몸과 마음의 에너지를 잘 분배해야 하니 너무 열심히 해서 기운 빼지 않으려고 했다.


우주는 오늘 처음으로 바닥에 엎드려 책을 펼쳐보는 시늉을 했다. 내가 그렇게 책 읽는 걸 보고 배웠나. 너무 웃기고 신기했다. 쪼끄만게 엎드려서 책을 펼치다니 나참. 숟가락으로 그릇 밖에 음식을 꺼내 놓는 재미는 오늘도 놓치지 않았다. 국도 열심히 엎고. 이제는 실수가 아닌 것 같아서 오늘은 부드럽고 단호하게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그런 식으로 발산하는 활동이 필요한가 싶다. 우주가 짜릿한 기분을 느낄만 한 놀이를 찾아봐야겠다.


2주 째 개지 못한 빨래와 오늘 종일 쌓인 설거지는 눈 딱 감고 자기엔 너무 많아서 요새 재밌게 보고 있는 사내맞선을 켜두고 하나씩 처리했다. 뿌듯하다. 덕분에 내일의 나는 조금 편할 것이다. 우주 먹을 아침도 준비 되었으니 푹 자거라 나 자신. 내일은 우주랑 외출을 꼭 해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