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 2일
우주가 오늘은 일찍 잠에 들었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밤이다. 다행히 새벽에 먹은 해열제를 마지막으로 열은 모두 내렸다. 그래도 기침이나 가래, 콧물이 우주를 괴롭힐 수 있으니, 혹시 다른 증세가 생길 수 있으니 계속 주시해야 한다. 뭔가 불편한지 자면서도 끊임없이 뒤척이고 있다. 어디가 아픈 걸까. 어떻게 불편한 걸까. 알 수 있다면 좋겠다.
서방구는 어제 했던 pcr 검사에서 음성을 통보받았지만 아무래도 이상해서 가래를 이용해 자가 키트를 다시 했다. 역시나 희미하게 두줄이 생겼다. 바로 엊그제 갔던 소아과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왔다. 거기에서도 애매하게 결과가 나왔는지 의사가 이것저것 물었다고 했다. 그래, 이제 모두 다 같이 이 격리 기간을 무사히 지나가기만 하면 된다.
하루가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우주는 약기운이 돌 때마다 약간 눈이 풀리고 졸려했다. 그 기분이 너무 싫은지 자고 싶어 하다가도 짜증을 마구 냈다. 오늘도 감사하고 다행인 일은 그래도 우주가 끼니를 거르지 않았다. 간식도 야무지게 챙겨 먹었다. 눈빛이 이틀 새 부쩍 또 자란 것 같았다. 무언가 더 알게 된 사람의 눈이었다.
어제의 마음 비우기의 연장으로 오늘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었다. 그저 주어진 상황을 살아내는데 온 신경을 집중하기로 마음먹었다. 덕분에 그 어떤 스트레스도 받지 않았다. 분명히 길고 정신없는 하루였는데 오히려 마음은 잔잔한 호수 같다. 격리 내내 이렇게 지나갈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
내일도 무사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