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월 25일
우주는 달리다 넘어지고 나는 식탁의자에 정강이를 세게 받은 날. 둘 다 영광의 상처를 남겼다. 아침부터 이케아에 가고 싶다는 우주의 청이 사실인가 빈말인가 한참을 다시 묻다가 현관에서 들어올 생각이 없는 그를 데리고 집을 나섰다. 두 시간 동안 이케아를 누비고 밥까지 먹고 집에 돌아왔다. 차에서 기절한 우주는 차에서 내리는 줄도 모르고 푹 잤다.
쌀이 똑 떨어져 우주가 저녁을 먹으려면 당장 쌀을 사야 해서 오후에 밥을 먹이고 마트에 가자고 했더니 또 이케아에 가잔다. "이아!" 나참. 대전에서 내내 이케아에서 카트 타고 엘리베이터 탄 이야기를 하더니 그리웠나 보다. 겨울왕국을 켜주고 얼른 양말과 옷을 입혀 외출에 성공했다. 아침 내내 뿌옇던 공기마저 맑아져서 아름다운 하늘 구경 실컷 하고 싶어서 차 대신 카트를 챙기고 씽씽이에 우주를 태워 나왔다. 우주는 자주 내려 나에게 안아달라고 했고 지금 손목이 시큰한 게 우주를 너무 오래 한 손으로 안아서 그런 건가 싶다. 아무튼 풍경이 너무 예뻤다. 여름에나 볼 수 있던 거대한 구름이 가득했다. 하늘의 깊이를 알 수 있는 계절이 왔구나!
집에 돌아와서 손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가면 세면대에 붙어 나올 생각을 않는 우주는 한참 서서 놀다가 거기에서 응가도 해결하고 일찍 목욕 타임을 가졌다. 목욕에 대한 저항이 점점 더 거세진다. 보면서 재미를 찾을 만한 욕실 포스터라도 검색해봐야겠다. 원인을 몰라 그저 견디기만 한다. 옆집에서 매일 무슨 일 난 줄 알 것 같다. 마트에서 사 온 스틱 프레즐을 손에 쥐고 많이도 먹더니 그걸로 저녁을 해결한 건지 잘 때까지 밥 달라는 말을 안 했다. 그러고는 갈피를 못 잡고 이것저것 뒤지러 다니더니 우리 침대에 다 같이 눕자 잠이 들었다.
저녁으로 끓인 스팸 김치찌개가 일품이었다. 어제 남긴 막걸리 한 잔을 나눠 먹으니 꿀맛이었다. 샤워하고 자야 하는데. 머리 말릴 생각을 하니 막막해서 그냥 자기로 했다. 일기도 안 쓰려다 조금만 쓰고 자려고 들어왔는데 여기까지 왔다. 내일은 씻자. 청소기도 돌리자. 우주랑 더 재밌게 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