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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Jul 17. 2022

22년 7월 16일 볕은 뜨거워도 열심히 걸었다

22개월 9일

우주가 진상을 부린 건지 내가 참을성이 부족했던 건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힘겨운 하루를 보냈다. 아침 먹는 동안 식탁 위에 있던 내 미스트를, 어제 처음 열어 쓴 새 미스트를 바닥에 내동댕이 쳐서 깨뜨려서 하지 말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포크를 들어 집어던졌다. 설거지할 때는 계속 이거 달라 저거 달라 짜증을 부리고 물을 밖으로 옆으로 자꾸 퍼냈다. 점심 직전에 졸음이 쏟아졌는지 칭얼대는 우주를 간신히 밥 먹이는데 성공은 했지만 그새 잠이 다 달아나서 오늘 낮잠을 건너뛰었다. 서방구 생일 케이크를 사러 백화점에 다녀오는 길에도 잠에 들지 않았다. 너무 더워서였나. 차가 없으니 유모차를 끌고 걸어 다녀왔는데, 공기는 참을만했지만 볕은 뇌 속까지 뚫고 들어오는 듯했다.


집에 돌아와서 다시 재워보려는 시도에도 우주는 기어코 잠을 자려하지 않더니 마트에 나가는 길, 그 짧은 순간에 차에서 기절했다. 유모차에 옮겨 마트를 도는 동안 잠시 자고 다시 차에 타다가 깬 우주는 저녁을 다 먹을 때까지 코알라처럼 나에게 붙어서 울고 칭얼대고 짜증 냈다. 너무 진한 볕을 오래 맞아서인지 머리가 너무 아파서 우주를 받아주기가 어려웠다.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싶은 목소리가 혀 끝까지 맴돌았지만 용케 삼켰다. 장하다. 참아야만 한다. 우주는 잘못이 없다.


겨우 낮잠을 30분 잤으니 조금 일찍 잠들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우주는 더 각성되어 계속 놀고 싶어 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다 다 같이 누워서 동시에 기절했던 것 같다. 정신 차리고 보니 한 시가 넘어있었다. 찝찝한 몸을 일으켜 샤워부터 하고 내일 먹을 국과 반찬을 만들며 이번 주 유미의 세포들을 챙겨봤다. 웹툰이랑 전개가 다르다고 해서 웹툰도 보고 있는데 드라마에서 세포들 그림을 너무 잘 살려냈다. 작가님도 뿌듯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서윤이네와 물놀이터에 가기로 했다. 아침부터 자리를 맡으러 가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조금이라도 자야 할 텐데. 동이 트고 있다. 내일도 피곤한 하루가 되겠구나. 우주가 아빠랑 조금 더 붙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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