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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Jul 24. 2022

22년 7월 23일 시원하게 비

22개월 15일

마음도 시원한 밤이다. 저녁에 이케아에서 마시고 온 커피의 기운으로 우주를 재우고 벌떡 일어나 요가를 마치고 칭따오와 육개장을 먹으며 유미의 세포들 2 마지막 화를 보고 있다. 너무 맛있고 너무 재밌다. 서방구가 집에 없으면 몸은 힘들지만 내 흐름대로 살 수 있어서 좋다. 세상만사 장단점이 다 있듯 집에 사람이 하나 더 있고 없는 것도 장단점이 있다. 시원하게 내리는 빗소리까지 너무 좋지만 수다 떨 서방구도 있다면 완벽한 밤이었을 것이다.


마음을 좀 놓고 살아도 살아진다는 것을 깨달았던 날이다. 준비해둔 음식이 하나도 없었다. 평소 같으면 종일   먹일지 언제  먹일지 스트레스받으며 긴장으로 하루를 살았을 텐데 오늘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아침에는 우유를   주고 된장국을 얼른 끓여 먹였다. 점심은 낮잠 자는 동안 하려고 했는데 우주가 생각보다 일찍 깨는 바람에 계획이 무산됐다. 콩나물을 우주와 같이 씻어 국을 끓이고 돼지 불고기를 위한 채소들을 다듬었다. 고기를 재워둘 시간은 없으니 챱챱 열심히 버무렸다. 우주가 엄청 맛있게 먹어주진 않았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그릇 비우는  성공했다.  해먹일까 스트레스받고 긴장하고 고민하던  보다 훨씬  챙겨 먹였다. 아이러니다.


먼지가 쌓이다 못해 코를 괴롭히고 있었다. 이틀에 한 번씩 청소기를 돌려도 먼지가 새롭게 탄생하는데 이번에는 무려 5일 동안 청소기를 돌리지 못했으니 기분 탓은 아니었을 거다. 창문을 활짝 열고 꼼꼼히 청소기를 돌렸다. 청소기가 지나간 자리를 밟을 때 느껴지는 매끈함이 좋다. 뿌듯함이 감각이 되는 순간이다. 종일 애썼으니 비 오는 저녁 일정은 이케아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전에 먼저 서방구가 당근 해둔 띠띠뽀 기차놀이 세트를 찾으러 다녀왔다. 지난주에 당근 한 타요 주차타워에 연결할 수 있는 장난감이다. 우주가 좋아서 반, 서방구가 좋아서 반인 것 같은 장난감이다. 집에서 연결해보니 넓이가 꽤 커졌다. 우리 집은 정말로 키즈카페가 되었다.


오랜만에 이케아에 간 우주는 어린이 카트를 고르고 또 골랐다. 빼고 또 빼는 바람에 나는 계속 곁에 서서 정리하기 바빴다. 이렇게 심하게 카트를 계속 빼낸 적은 없었는데. 당황스러웠다. 누군가를 방해하는 행동은 아니니까 그냥 두긴 했는데 무슨 이유로 그러는지 알고 싶긴 했다. 그의 맘을 누가 알까. 본인도 모르겠지. 한참 카트를 밀다가 이제는 타고 싶다고 해서 큰 카트에 태워줬다가 배가 고파진 우주와 저녁을 먹기 위해 줄을 섰다. 로제 파스타와 닭고기 스테이크로 정했다. 이케아에서 나는 늘 돈가스를 먹었는데 오늘은 점심에 돼지고기를 먹었으니 지난번부터 괜히 눈에 밟혔던 닭고기 스테이를 시켰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부드러워서 다음엔 우주도 같이 먹어도 될 것 같다.


이케아에서 서방구 생각이 많이 났다. 망아지처럼 뛰어다니는 우주를 통제하는 일이 혼자서 하기엔 조금 더 버거워졌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소리를 치기도 하고 무섭게 화를 내기도 했다. 그러면 안 되는데. 나 자신도 통제가 안된다. 사람 많은 주말의 이케아에 단 둘이 가는 건 심각하게 고려해보고 나서 결정해야겠다. 내일은 둘이 보내는 마지막 날이다. 물론 언제고 또 둘이 보내는 날이 오겠지만. 먹을 것도 많으니 요리는 잠시 내려두고 재밌는 걸 많이 해야겠다. 가봐야지 생각만 했던 실내 동물원도 내일 도전해보면 좋겠다. 비가 안 오면 단지 내 바닥분수에도 데리고 나가봐야겠다. 유미의 세포들 2가 마침 끝났다. 시즌3도 나오려나? 너무 궁금하다. 일단 자야지. 오늘도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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