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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Aug 01. 2022

22년 8월 1일 요상한 날씨

22개월 25일

낮잠에서 깬 우주의 몸이 불덩이 같았다. 귀 체온을 재보니 39.4~6도가 나왔다. 실제로는 39도 초반의 고열이었을 거다. 당장 해열제를 먹이면 된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확인 받으면 안심이 될 것 같아서 서방구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용량대로 약을 먹이고 바로 채비해서 병원에 갔다. 돌이 지난 후 부터 병원에 들어가기만 해도 자지러지게 우는 우주다. 아무 것도 안했는데 접수하려고 이름만 대도 무서워서 울었다. 혹시 또 코로나일까 싶었지만 아무도 검사를 권하진 않았다. 의아했는데 원장님은 입 안쪽을 확인하시더니 물집이 있다며 구내염 아니면 수족구가 오고 있다고 하셨다. 코로나가 아니어서 안도함과 동시에 다른 긴장이 들어왔다. 수족구라면 얼마 전 친척 언니의 둘째가 앓고 지나간 전염병이다. 언니가 보내준 둘째의 사진이 아직도 선명하다. 온 몸에 딱지가 앉아있었다. 원장님은 수족구가 맞으면 내일 손과 발에도 수포가 올라올 거라고 하셨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전조가 없어서 더 그랬다. 아침에는 같이 마트에 가서 신나게 장도 보고 빵도 사먹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고열이 나다니.


약이 잘 듣지 않아서 체온은 39도 초반을 계속 유지했다. 다행히 배달 받은 죽은 왠만큼 먹었다. 열이 너무 안떨어져 물수건을 댔더니 너무 싫었는지 30분을 울어서 그만 뒀다. 울음은 비타민 한 알로 한방에 달래졌다. 그리고 잠이 들었다. 다시 해열제를 교차복용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잠시 깨워 약을 먹였다. 싫어서 울다가 다시 잠들었다. 우주가 깊이 잠든 것을 확인하고 늦은 저녁을 먹었다. 오늘 긴 밤이 될 수도 있으니 일찍 자자고 하고 간단히 씻고 누웠다.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내가 지은 크고 작은 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는 밤이다. 자꾸만 잘못했다는 말이 머릿속을 맴도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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