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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Aug 04. 2022

22년 8월 3일 바깥 날씨는 어떤가요?

22개월 27일

우주는 오늘 열이 완전히 내렸다. 그러나 여전히 목 안쪽 수포로 인한 통증을 심하게 호소한다. 어제는 한 입 먹고 울음이 터져 지쳐 잠들었는데 그래도 오늘은 정말 맛있는 걸 먹을 때는 울고 나서도 다시 몇 번 더 먹어보려 했다. 짠하다. 그러나 아무 생각 없이 우주를 돌보는 일에만 몰두하고 있다. 자책도 안쓰러움도 걱정도 뒤로 미루고 그저 해야하고 할 수 있는 일만 해나가고 있다.


콧물이 많아서 잠을 자면 입으로 숨쉬고, 그러면 입이 마르게 되니 넘어오는 콧물을 삼킬 때면 목이 아파 잠을 자다가도 괴로워서 깨곤 했다. 그래서인지 낮잠을 자려하지 않았다. 덕분에 오늘은 풀로 하루를 꼬박 붙어 보냈다. 무서워하던 띠띠뽀 기차놀이 장난감을 처음으로 작동시켜보기도 하고 같이 백팩을 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기도 했다. 마트 놀이도 하고 스케치북에 가득 알파벳을 적었다가 그걸  잘라내기도 하고 매트 틈에 줄줄이 꽂기도 했다. 우주랑 같이 눈을 맞추고 많이 웃었다.  그만큼 아파서 많이 울었다.


정신 없는 틈에 카페에 배달을 시켰는데 알고보니 포장으로 주문했다는 걸 늦게서야 알았다. 카페에 전화했더니 너무 따뜻하게 응대해주셔서 놀랐다. 시간이 좀 걸리게 되면 얼음이 많이 녹을 수 있다고 안내해주셨는데, 받아본 음료가 너무 멀쩡했다. 넣어주신 쪽지를 보니 아무래도 사이즈를 더 크게 새로 만들어주신 것 같았다. 감사하다는 문자에 아기가 아파서 격리중이라 못갔다고 했었는데 완쾌를 바란다며 휘낭시에도 하나 더 넣어주셨다. 커피와 딸기라떼는 너무 맛있었고, 포장재는 전부 다 생분해 되는 친환경 소재였다. 단골 안할 수 있다고? 앞으로는 무조건 그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거다.


저녁은 햄버거로 만찬을 즐겼다. 이 동네에는 맥도날드가 없는 게 아쉽지만 버거킹도 맛있으니 괜찮지만 그래도 아쉽다. 맛이 조금 아쉬운 머스타드 소스에 너겟을 찍어 먹으려니 더 아쉽다. 우주는 아파 울면서도 내 햄버거를 몇 입 뺏어 먹었다. 잠자기 싫어서 평소에는 손을 잘 대지도 않던 장난감들을 꺼내 놀며 한참을 버티다 자장가로 겨우 재웠는데 좀 전에 다시 고통을 호소하며 깼다. 타이레놀 계열의 챔프를 소량 먹였다. 다시 깊이 잠든 것 같다. 내일은 좀 나으려나. 기도 드리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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