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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Aug 08. 2022

22년 8월 7일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후끈

23개월 0일(700일)

우주에게 700일 축하한다는 말도 못 해줬다. 에잇. 정신없던 하루다. 정신이 있는 날이 있겠냐만은. 아무튼. 다시 일주일 나 홀로 육아가 시작되었다. 내일 아산병원 외래진료를 보러 아버님과 서울에 다녀와야 하는 서방구는 우주와 놀고, 분리수거를 마무리하고, 빨래를 정리하고, 짐을 싸고 대전으로 내려갔다. 우주는 어제 낮잠을 4시간이나 자고 일어난 후로 눈에 띄게 컨디션이 좋아졌다. 그리고 오늘 아침 드디어 수포가 딱지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 더 선명하게 딱지가 앉는 것을 보았다. 긴장이 풀렸다. 이제 뭐든 울지 않고 잘 먹는 우주를 보며 기뻤다. 


아픈 와중에도 우주는 계속 자라나고 있다. '이번에는', '그다음엔'과 같은 말을 듣고 뜻과 의미를 이해한 상태로 사용했다. 문장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엄마가 이걸 해줬으면 좋겠다.'는 표현을 한다. 기운 차린 김에 오랜만에 저녁 설거지를 같이 했다. 2주 전에는 물을 안 쓸 때도 계속 틀어놓고 있길래 "쓰지 않을 때는 물을 꺼요!"하고 반복적으로 말하며 내가 물을 꺼줬었는데, 오늘은 한참 설거지를 하다 보니 본인이 스스로 물을 꺼놓고 있는 걸 몇 번 발견했다.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우주를 관찰하고 있노라면 세상에 이보다 흥미로운 발견이 있을까 싶다. 아름답고 경이롭다. 놀랍고 대견하고 신기하다. 매일 새롭게 그렇다.


우주가 아픈 동안 나를 둘러싼 관계들에 대해 생각했다. 우주가 아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종일 카톡 하는 중에 한 번도 우주의 안부를 묻지 않는 친구들, 친척들. 소식을 전했는데 괜찮냐는 말 한마디 없이 다짜고짜 유산균을 먹여야겠다는 지인. 일주일간 연달아서 서운함이 밀려오니 어제는 많이 슬펐다. 굳이 따지기도 민망한 작은 일 때문에 서운해질 때는 감정을 내 안에서 처리하느라 고통스럽다. 나에게 나쁜 감정이란 인과를 정리하고 결론을 내려 평화로운 상태로 어서 되돌려 놓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렇다. 동생에게 욕하고도 풀리지가 않아서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나를 향해 따뜻함을 성실하게 보내주는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는 방법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나쁜 의도는 없었을 거라는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지었다. 


유튜브 해보려고 저렴한 카메라를 주문했다. 로켓 와우로 주문했으니까 내일 아침에 도착해있을 것이다. 우주가 엄청 탐내겠지. 낮잠시간이 올 때까지 박스 개봉은 꾹 참자. 오늘이 입추였다고 몇 분 전에 들었다. 그리고 장마의 시작이라는 소식도. 내일부터 우리는 밖에 나가도 될 것 같은데. 간간이 비가 멈춰서 산책할 수 있길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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