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문 Aug 11. 2022

22년 8월 10일 계속 비

23개월 3일

혼자서 아픈 우주를 돌본지 열흘이 되었다. 점점 멍해지는 날들이었다. 간혹 외롭고 간혹 억울했다. 누군가 보고싶다가도 혼자있고 싶었다. 우주가 너무 귀엽고 또 버거웠다. 잘 먹지 않아서 걱정되고 오늘은 미열도 올라와서 다시 긴장이 됐다. 견딘다는 마음으로만 지내기에는 아까운 날들이라는 생각도 종종 들었다. 언젠가는 그리워질 날들이다. 우주와의 24시간. 돌보는 나보다 아픔을 견디는 우주가 훨씬 힘든 시간일 거다. 태풍이 오면 모든 것이 뒤엎어지고 새롭게 되듯 우리 집이, 아니 내가 우주로 인해 새롭게 되고 있다.


오늘은 열흘 중에 우주가 잠들기 가장 어려워했던 날이다. 신생아 때 처럼 가슴팍에 안고 재웠다. 그렇지 않으면 코가 막히고 목이 답답해서 울었다. 한 시간을 견디는 동안 정말 괴로웠다. 그만 울으라고 소리치고 싶기도 했다. 우주가 잠들자마자 좀 전에 힘들어서 했던 생각들이 단번에 연기처럼 사라졌다. 겨우 침대에 내려놓고 드디어, 이틀만에 샤워하러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양치하다 한 번, 또 머리 감다 한 번 다시 깬 우주에게 다녀왔다. 얼른 씻고 굳은 몸을 요가로 풀고 자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씻는 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포기했다. 혹시 깰까 싶어 침대 곁을 지키며 잠시 멍 때리다가 기도했다. 예수님은 오늘 밤 기도에 진짜 위로를 다시 상기하게 해주셨다. 사람과 상황으로 부터 오는 위로는 잠깐일 뿐이다. 영원하고 완벽한 위로는 예수님만 주실 수 있다. 눈물 한 방울 없이 마음이 녹았다. 머리가 마르는 동안 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홈런볼을 뜯었고 브런치를 열었고 플라이투더댄스를 켰다.


남김없이 만족스러운 밤이다. 잘 해냈다. 오늘도 무사했다. 내일 하루 더 통으로 버티면 금요일에는 서방구가 온다. 주말에는 자유시간을 주겠다는데 꼭 하루를 통째로 받아내야겠다. 비가 계속 내린다. 장마가 모두에게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22년 8월 8일 폭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