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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Aug 25. 2022

22년 8월 24일 바람이 시원해졌다. 가을인가?

23개월 17일

어제 일찍 재웠으니 오늘 일찍 일어나야 우주의 생활리듬이 제대로 맞춰질 텐데, 우주는 피곤해서 그런지 아니면 암막커튼이 빛을 너무 잘 가려줘서 그런지 아홉 시 반이 넘도록 쿨쿨 잤다. 열두 시간을 챙겨 잔 셈이다. 늦게 아침을 먹고 또 늦게 점심을 먹었다. 늦은 점심 후에 낮잠을 시도했지만 실패해서 얼른 채비하고 빵집으로 갔다.


조그마한 동생의 빵집에서 놀다 보면 항상 얼마 지나지 않아 밖으로 나가자고 졸랐었는데 이제는 가게 곳곳에 널린 것이 우주의 놀거리로 보이는지 두 시간을 재밌게 놀았다. 제일 좋아하는 건 이모와 포스기 앞에 서서 영수증을 뽑는 놀이다. 마트의 셀프 계산대에나 가봐야 할 수 있는 경험을 우주는 이모를 만나러 올 때마다 할 수 있다. 우리는 어릴 때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 중에 가게 하는 분이 없어서 그런 경험을 해볼 일이 없었는데 우주는 태어나서부터 가게라는 개념이 친숙하겠다고, 동생이 말했다.


오늘은 빵이 빨리 팔려서 셋이 한의원에 갔다. 접수 마감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며 플랜 B까지 생각했는데 다행히 4 전에 골인했다. 나는 등이 아팠다. 원장님은 육아하느라 어쩔  없이 가져가야 하는 부분이고, 치료나 다른 방법보다는 숨이 가쁜 운동을 꾸준히 하는 편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씀하셨다. 처음이라면 3분만 전력으로 달려도 충분하다고. 실행에 옮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내일부터 해봐야지.


동생은 머리가 계속 아팠다고 했다. 결혼 준비로 많이 긴장하고 있는 모양이다. 요즘은 집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계약한 집에 살고 있는 현재 세입자가 전세권 말소를 미리 해주지 않겠다고 하는 바람에 대출에 차질이 생겼다. 제부의 부모님께서 일단 해결해주시기로 했지만 집에 무사히 들어가고, 대출이 되고, 집주인에게 다시 돈을 돌려받을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집에 돌아와 족발과 보쌈을 먹었다. 먹을 때마다 느끼지만 족보는 다섯 점이 넘어가면 물린다. 배가 부르기도 전에 말이다. 그래도 꾸역꾸역 더 먹었다. 쌈 채소와 마늘과 쌈장의 힘을 빌려서 막국수를 사이사이 넣어주며 배 부를 때까지 먹었다. 이모와 이모부까지 함께 하는 저녁시간이 너무 행복한 우주는 도무지 식사에 집중하지 못하고 팔랑거리며 뛰어다녔다. 삼키지도 못할 고기를 입에 가득 넣었다가 한참 물었다가 뱉기를 여러 번, 결국은 제부의 식단을 위해 주문한 샌드위치로 우주는 저녁을 해결했다.


오늘도 기필코 일찍 재우리라는 일념으로 무장했지만 처참히 실패했다. 가족들이 모두 나간 사이에 재워보려다 실패, 교회에 갔던 할아버지가 돌아오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져서 실패, 기다리던 이모가 운동을 마치고 돌아온 후 대흥분이 이어지다가 이모 씻으러 들어간 사이에 재워보려 했으나 눈치가 빤한 우주는 누워서 이모를 기다렸다. 그렇게 더 놀다가 다 같이 누워 열한 시에 극적으로 잠이 들었다. 내일은 그냥 일찍 깨워야겠다.


다행인 것은 내일부터 2박 3일 동안 시댁에서 지낼 예정인데, 시부모님은 9시도 안 되어 침실로 들어가셔서 놀 사람이 없으니 우주도 비교적 수월하게 잠이 든다. 시댁 가서 우주에게 줄 반찬을 하나도 준비하지 못했다. 에라 모르겠다. 가서 하지 뭐. 방법은 있을 거다. 서방구 없이 우주랑 둘이 먼저 가는 건 처음이다. 별일 없었으면 좋겠다.


글쓰기의 세계에 한 발짝 더 들어가 보려고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샀다. 하나는 글을 다듬는 법이 담긴 책이고 다른 하나는 단편 소설 쓰기 바이블이다. 너무 궁금해서 우주가 잠들자마자 책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다. 두 책 모두 앞부분을 조금 읽다 나와야 했다. 선선해진 날씨만 믿고 에어컨을 안 켰더니 우주가 땀을 뻘뻘 흘리며 크게 울면서 깨는 바람에 다 정리하고 우주를 안아 올렸다. 에어컨을 다시 켜주니 곤히 잘 잔다. 얼른 책을 더 읽고 싶다. 내일 시댁에도 챙겨가야지.


이제 자자.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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