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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Aug 23. 2022

22년 8월 23일 비도 오고 습하고

23개월 16일

우주가 아주 오랜만에 10 전에 잠들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운  목표는 반드시 우주를 일찍 재우는 거였는데 성공했다. 원래 집에서도 일러야 10 30분에 잠들곤 했는데 대전에 오면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11시를 기어코 넘기고야 만다. 12시까지 버틸 때도 있다. 그렇게 늦게 자면 가족들이 출근 준비하는 7-8시쯤 눈을   떴다가 우유를 먹고 10시까지 늦잠 잔다. 가족들 일어날  같이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도록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낮잠도 한 시간을 못 잤으니 승산이 있겠구나 했는데 마침 이모도 운동하러 가서 없고 할아버지도 회식으로 늦어서 우주가 놀 사람이 없는 환경이 됐다. 배불리 먹이고 양치시키고 불을 모두 끄고 소화를 위해 조금 더 놀아주다가 이제 자야겠다고 장난감을 손에서 놓게 했다. 대성통곡을 하며 울더니 내 무릎에 누워 멍 때리다 어렵지 않게 잠이 들었다. 매일 밤 아쉬움에 잠자러 가기 싫어할 때면 오늘 하루가 우주에게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을까 생각해본다. 그러다 이런저런 이유로 우주가 원하는 만큼 놀아주지 못했던 순간이 떠오른다. 내일은 최대한 우주의 만족감에 귀 기울여 주자고 다짐했다.


우주는 접속사의 세계에 발을 들였다. '그래서'와 '왜냐하면'을 써보고 싶어 한다. 우주가 두 가지를 하려고 할 때면 내가 '이거 하든지 저거 하든지 해.'라고 말하는데, 그것도 써먹었다. 말하면서 노는 게 너무 재밌는지 혼자서는 절대로 놀려고 하지 않았던 우주가 요즘은 혼자 장난감을 가지고 종알종알 1인극을 펼치며 노는 시간이 많아졌다. 눈 뜨고 있는 동안은 계속 말을 하고 있다. 덕분에 나도 종일 웃는다. 귀여워서 웃기도 하고 조그마한 입에서 나오는 게 영 어색한 말들을 할 때면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는다. 그중에 가장 귀여운 말은 '했지요~'를 붙여 만드는 문장이다. 있었던 일을 설명하거나 자기가 뭘 했다고 말할 때 쓰는데, 들어도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대전에 오던 , 출발 전에 머리를 하고 왔다. 단유  지금까지 거의 10개월 동안 유지한 히피펌을 보내주고 매직으로 머리를 폈다. 히피펌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3개월에  번씩은 펌을 다시 해야 한다. 11월엔 동생 결혼식이 있는데 히피로 한복을 입기는  그렇기도 하고 연말부터 시도해보기로  둘째 임신을 생각하더라도 펌을 그만하려면 머리를 펴야만 했다. 푸석한 머리는 가고 찰랑이는 머릿결을 오랜만에 다시 만나니 기분도 새롭다. 머리 감기도, 말리기도 편하다. 사람이  깔끔해 보여서 좋다. 예약 당시에 보고  시술 가격보다 12 원이나  내고 머리를 하게  점이 맘에 걸렸지만  생명을 머리카락을 보니 이해가 되기도 했다. 당분간 머리에   일은 없으니까, 괜찮다.


일기를 여유롭게 썼는데 아직 열두 시가 안됐다니! 이른 육퇴는 엄마 삶의 질을 높여준다. 재밌는 것 좀 더 보다가 늦지 않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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