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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Aug 29. 2022

22년 8월 28일 노을이 웅장해지기 시작했다.

23개월 21일

사람들 속에 지낸 하루였다. 그래서 우주를 재우고 한참 동안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했지만 그렇다고 오늘이 힘들어서 그런 것은 아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혼자 있는 시간과 동일하게 중요하다. 다만 사람들 사이에서는 에너지를 쏟아야 하기 때문에 사용한 에너지만큼 혼자서 다시 충전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하루가 만족스럽지 못해서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니다. 이런 걸 왜 설명하고 있는 걸까? 너무 즐거웠는데 왜 눕지 않는지 나 스스로도 궁금해서 생각해봤다.


아침에는 교회에 갔다. 청년시절을 함께 했던 몇몇 부부가 아기를 데리고 영아부 예배에 나온다는 걸 알고 있어서 대전에 오면 항상 가고 싶었다. 오늘은 우주가 밤잠을 너무 적게 자는 바람에 낮잠이 겹치려나 했는데 무슨 일인지 너무 신나서 졸음을 꾹 참았다. 교회에 가서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을 만났다. 아기들은 부쩍 자라 있었다. 그중 한 가족의 집에 가서 점심도 먹었다. 오랜만에 만나 밀린 이야기가 쉴 새 없이 쏟아졌고, 우주는 새로운 장난감이 펼쳐진 집에서 내내 눈이 반짝였다. 두 시가 넘도록 졸음을 꾹꾹 참으며 놀다가 엄마 집으로 돌아가는 길, 유모차 안에서 5분 만에 기절했다.


4시에는 어제 만났던 언니네 첫째 아들이 꼭 가고 싶다고 했던 한빛탑에서 모였다. 한빛탑에 올라가 본 적이 있었나? 기억이 가물가물 하다. 다른 사람들은 다 처음이라고 말했다. 대전에 그렇게 오래 살았는데 한빛탑에 올라가 보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 말고 다른 관광객들에게도 똑같이 신기하고 이상한 사실이었나 보다. 우주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왕복하는 동안 함께 탔던 사람들의 멘트가 죄다 비슷했다. "여길 왜 안 와봤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갑천과 엑스포다리가 보였다. 한빛탑 주변의 모든

경관이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소원 성취한 첫째와 그 아래 동생들은 신나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아이스크림과 주스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짧게 머무르다 우리는 먼저 일어났다. 상견례 장소로 이동했다. 제시간에 도착했지만 우리보다 다들 먼저 와있었다. 제부 아버님을 제외하고는 모두 같은 교회에 다녀서 편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래도 당사자들은 엄청 신경 쓰고 있었겠지만. 경치 좋은 식당에서 감상과 식사를 함께 했다. 우주도 이모에게 붙어 앉아 밥을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에 식당 앞의 정원을 걸었다. 앞에는 거위 가족이 살고 있는 저수지가 있었고 뒤에는 가을 노을이 아름답게 펼쳐졌다. 꼭 오늘의 풍경만큼 예쁜 날들이 동생과 제부에게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


서방구는 혼자 기차로 집에 돌아갔다. 화요일에 다시 출장 차 대전으로 내려올 예정이다. 우주의 밤잠을 한참 기다렸다가 우주가 잠들고 유튜브를 켰다. 아까 낮에 스트릿 맨 파이터를 보다 만 게 아쉬워서 영상을 여러 개 찾아봤다. 스우파와는 또 다른 힘이 느껴졌다. 춤은 잘 모르지만 멋있다는 건 안다. 너무 멋지다. 춤도 멋지고 춤을 사랑하는 태도도 멋지다. 한참 취해서 보다가 너무 늦어서 껐다. 일기 오늘만 건너뛰고 자려했는데 누웠더니 아쉬워서 일기도 남긴다. 이번 주도 힘내자. 아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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