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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Sep 15. 2022

22년 9월 14일 그래도 밤바람은 다시 시원해졌다

24개월 7일

잠든 지 얼마 안돼서 우주의 울음 소리에 화들짝 놀라 우주 방으로 달려갔다. 우주는 떨어지지 않도록 막아둔 바디 필로우와 함께 바닥으로 꼬꾸라진 채로 눈도 못 뜨고 울고 있었다. 바닥은 푹신한 매트가 깔려있고 바디 필로우 위로 떨어져서 다칠 위험은 없었지만 어쨌든 깊은 잠을 방해했으니 굉장히 예민한 사안이다. 우주를 얼른 침대로 올리고 그 곁에 누웠다. 우주는 피곤했는지 9시 30분까지 늘어지게 자고도 또 부족한 잠을 낮잠으로 3시간 넘게 보충했다. 덕분에 나도 오늘은 분주하지 않았다.


생일 이후에 택배 가뭄이었는데 오랜만에 택배를 세 개나 받은 날이었다. 엄마 집에 두고 온 우주의 우유 컵과 내 파우치, 우주 낙상 방지용 쿠션 가드 그리고 다음 주 촬영을 위한 우주 비니까지! 택배 도착 알림이 마음을 설레게 했다. 거기에다 제품까지 맘에 들면 그날의 설렘은 한참 이어진다. 쿠션 가드는 우주 침대 길이에 꼭 맞았고 무게감도 있고 소재도 탄탄해서 좋았다. 어젯 밤 우주가 침대에서 떨어진 사건 때문에 만족도가 더 높았는지도 모른다. 이제 마음 놓고 재울 수 있다. 비니는 클까봐 걱정했는데 너무 예쁘게 잘 맞아서 만족스러웠다.


오늘도 우주와 휘트니스에 가서 달렸다. 그새 체력이 늘었는지 이제 그만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조금 늦춰졌다. 처음엔 1분 30초였는데 오늘은 3분이었다. 4분을 채워 달리고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휘트니스가 있어서 다행이다. 밖에서 우주를 두고 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까. 핸드폰으로 입장 바코드를 찍어야 문이 열리는데 핸드폰을 두고 나갔었다. 다행히 안에 계신 분이 문을 열어주셨고, 그 뒤로 이상하게 바코드를 찍어도 문이 안 열려 들어오지 못하고 서성이는 분들이 계셔서 나도 문을 열어드렸다. 받은 호의를 갚은 기분이 들어서 안심이 됐다.


이층 버스의 계단과 비슷하게 생긴 나선형 계단이 있는 놀이터에서 우주는 이층 버스를 외치며 신나는 저녁 시간을 보냈다. 너무 즐거워해서 집에 안 간다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배가 고팠는지 밥 얘기 한 마디에 가겠다며 놀이터를 뒤로 하고 집으로 따라 나섰다. 어제 작은 엄마가 주신 잡채로 잡채밥을 만들고 끓여 둔 된장 찌개를 데웠다. 우주도 나도 행복한 저녁 식사였다. 같이 설거지 하고 나서 바로 목욕시켰다. 잠을 너무 많이 자서 그런지 한참 방황하다가 11시가 넘어서야 잠이 들었다. 잠으로 피로를 많이 풀었으니 내일부터 다시 정상 스케줄로 돌려야겠다. 8시 전에 깨워야지.


맥주를 마셨더니 졸립다. 기도 드리고 자야겠다. 내일은 오랜만에 친척언니네 놀러가기로 했다. 이모도 와 계신다고 했다. 누나네 놀러가자고 했더니 이케아에 가겠다고 하다가 누나 사진을 보여주니 보고 싶었는지 집에 놀러간다고 마음을 바꿨다. 아기의 단순함은 참 귀여운 성질이다. 내일도 귀여움을 만끽하자. 잘 자자, 푹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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