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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Sep 16. 2022

22년 9월 15일 여름이 아직 안 갔다

24개월 7일

우주는 왜 새벽 5-6시 쯤 깨는 걸까? 왜 매일 깨지 않고 어떤 날에만 깨는 걸까? 더운가? 코가 막혀서 힘든가? 무서운 꿈을 꾼 걸까? 알 수 없다. 아무튼 어제도 5시에 우주 방에 소환 당했다. 조금 깨면 손만 잡아줘도 다시 잠들지만 크게 깨버리면 우유를 먹겠다고 한다. 뚜껑우유. 빨대컵을 지나 일반 컵으로 가기 전에 연습하라고 만든 이케아의 유아컵이 있는데 그걸 부르는 '뚜껑우유'는 어쩌다 우리 가족만의 고유명사가 되었다. 우주는 뚜껑우유를 서럽게 외치며 나를 부른다. 꼭 데워줘야 한다. 따뜻한 우유를 한 컵 원샷 때리고 다시 잠든다. 오늘도 깨려나. 그렇게 깨면 너무 피곤해서 우주도 늦잠 자고 나도 늦잠 잔다.


종일 친척 언니네서 놀다 왔다. 오랜만에 초밥을 먹었다. 언니가 만든 망고 케이크와 커피도 먹었다. 우주는 감자빵과 야채 주스를 먹었다. 저녁으로는 며칠 머무르러 오신 이모가 맛있는 오징어 두루치기를 만들어주셨다. 식당에서 파는 것보다 맛있었다. 밥을 두 그릇은 먹은 것 같다. 우주는 들떠서 인지 아니면 불편해서 그런지 낮잠을 자지 않겠다고 버텼다. 이대로 포기하면 잠은 잠대로 못 자고 짜증은 있는 대로 낼 게 분명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차에 태워서 재웠다. 돌아와 집에 눕혔더니 한 시간 정도 더 잤다. 충분히 잠을 채우지 못해서 엄청 짜증 냈지만 그정도가 오늘은 적당하다. 더 자면 오늘 밤이 길어질 뻔 했다.


언니네 집에는 두 딸이 있다. 첫째는 초등학교 1학년, 둘째는 우주와 위로 딱 1년 차이다. 몇 개월 전에 왔을 땐 우주가 말을 잘 못해서 누나들과 같이 놀지 못했었다. 오늘은 제법 같이 놀았다. 조잘조잘 뭐라고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너무 신기했다. 우주는 누워있고 누나들은 그런 우주 주위에 앉아 작은 우주를 귀여워하며 구경(?)했었는데. 이런 날도 오는구나. 클레이로 아이스크림 만드는 세트가 있길래 열심히 면을 뽑아줬더니 둘째와 우주가 한참 동안 행복해하며 가지고 놀았다. 집에 돌아와서 바로 재우려고 간단하게 샤워를 시켰다.


약간 허기졌는지 집에 와서 바로 잠들지 못하고 간식을 먹었다. 졸린 기미가 사라져서 또 한참 걸리겠구나 하며 긴장했는데 웬일인지 양치하고 침대에 가자마자 몇 분 안되어 잠들었다. 나도 같이 기절할 뻔 했다가 간신히 몸을 일으켜 샤워했다. 개운했다. 너저분한 거실을 치우려다 말았다. 내일 우주 일어나있을 때 해야지. 맥주 한 병을 들고 '텐트 밖은 유럽'을 켰다. 그리고 단편소설쓰기 책도 열었다. 맥북으로는 서울의 캠핑장을 검색했다. 자유시간이 짧으니 하고 싶은 걸 한 번에 다 해야한다.


스위스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소설 쓰기 교본을 읽으니 아이디어가 마구 샘솟는 것 같았다. 떠오른 아이디어를 수첩에 적었다. 나는 아이디어를 적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생각을 하나씩 실행에 옮겨봐야겠다. 일단은 자고. 내일은 금요일이다. 서방구가 돌아온다. 기쁘게 맞이해야지. 반가울 것 같다. 우주랑 내일 할 일이 많아서 바쁠 예정이다. 우주야 제발 푹 자렴. 새벽에 말고 아침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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