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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Sep 23. 2022

22년 9월 22일 옷 고르기 애매한 일교차

24개월 15일

아울렛에서 저녁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우주는 이모부 차 안에서 잠든 채로 집까지 들어왔다. 우주가 이모부 차를 타겠다고 떼쓰는 바람에 혼자 야간 드라이브를 하게 됐는데, 집에 들어오니 우주는 방에서 자고 있었다. 밤잠 보내기 미션을 클리어한 동생과 제부는 운동하러 나갔고 가는 길에 동생이 집 앞의 타이 마사지샵에 들러 두 명 분을 예약해두었다. 다행히 우주는 깨지 않고 잘 잤다.


운동 갔다 돌아온 동생과 늦은 밤, 마사지를 받으러 다녀왔다. 오늘 만난 마사지사는 이제껏 만나본 사람들 중 가장 아구 힘이 셌다. 억 소리가 절로 나서 살살해달라 말해볼까 고민도 했지만 그래도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니 제대로 풀고 가야 할 것 같아서 참았다. 다 받고 나니 개운하고 가벼웠다. 내일 장거리 운전하다 말짱 도루묵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내일 아침 먹자마자 떠날 계획이라 캐리어의 짐을 다 쌌다. 시댁에 세탁기와 건조기를 내려드리고 아직 새로 산 제품이 우리 집에 오기 전이라 엄마 집 세탁기로 오늘 입은 옷까지 싹 빨았다. 보송한 옷가지를 개서 넣으니 기분이 좋았다. 내일은 먹을거리들만 챙기면 끝이다. 서둘러 올라가야지. 집 앞에는 택배가 많이 쌓여있을 거다. 청소기도 부서져서 새로 샀다는데 그것도 내일 와 있었으면 좋겠다.


우주는 어젯밤 설레는 마음을 잠재우는 데 오래 걸려서 열두 시가 다 되어서야 잠이 들었는데 오늘은 또 7시에 일어났다. 어른도 충분히 못 잔 날은 굉장히 힘든데. 우주는 그래서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 나랑 엄마를 따라서 한의원에 갔다가 집에 오자마자 어떤 도움도 없이 바로 기절했다. 세 시간쯤 자서 피로를 조금 풀 수 있길 바랬는데 뭔가 불편했는지 두 시간만 자고 일어나서는 있는 짜증 없는 짜증을 긁어모아 냈다. 최선을 다해 받아줬어야 했는데. 나도 너무 피곤해서 제대로 달래주지 못하고 우주의 짜증을 우주의 몫으로 두었다.


빵집에 놀러 갔다가 친한 동생의 카페에 가서 커피를 사 오고, 다 같이 아울렛에 놀러 가서 밥 먹는, 이 모든 행복을 피곤에 쩔어 제대로 누리지 못했다. 대전에 오면 항상 이런 식이라 아쉽고 속상하다. 일단 내려오는 것부터 에너지 소모가 엄청나서 대전에 지내는 동안은 눈이 퀭하다. 나는 너무 좋은데 가족들은 내 눈을 보며 안쓰러워한다. 다들 내 눈치를 보고 뭐라도 더 해주려고 애쓴다. 체력이 더 좋아져서 대전에 내려와도 눈이 풀리지 않게 되면 좋겠다.


더 쓰고 싶은데 마사지 효과로 자꾸만 잠이 온다. 우주가 일찍 잠들어서 내일 이른 아침을 맞게 될 테니 얼른 자야겠다. 몸이 노곤하다. 푹 자자. 내일 무사히 집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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