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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Sep 29. 2022

22년 9월 28일 뜨거운 가을

24개월 21일

캠핑장에 왔다. 두 번의 캠핑으로 끝내기엔 이 계절이 너무 아쉬워서 평일에 도전해본 캠핑이다. 우주랑 둘이서 갈까 했는데 밤에 둘이 자는 게 좀 무서울 것 같았다. 평일에도 시간이 나는 주변인들을 떠올리다가 문득 추석에 차박하고 왔다던 친구가 생각났다. 서울의 캠핑장 중에 친구네 집에서 가기 좋은 곳을 찾았다. 친구는 흔쾌히 함께 가겠다고 했다.


우주는 유난히 아침 내내 울고 짜증냈다. 아마 일어나자마자 짐을 챙기느라 분주한 나 때문에 심심해서 그랬던 것 같다. 졸립기도 하고. 전날 우주를 재우고 일어나 씻었어야 했는데 같이 기절해버렸다. 일단 아침부터 차려먹고 가져갈 식재료를 챙기고 집에 남은 음식을 정리해 넣고 설거지하고 나니 약속했던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구워먹을 고기를 사러 들렀다가 출발해야해서 씻기는 포기했다. 어차피 텐트 치고 짐 풀다가 땀 흘리겠지 생각했다.


외출과 동시에 우주 기분이 좀 나아졌다. 친구 픽업하러 가는 길에 잠들 뻔 했지만 열심히 말을 걸어 깨웠다. 아직은 안 된다. 친구와 식당에서 만나 점심을 먹었다. 시래기와 갑오징어를 맵게 볶은 메뉴였는데 진짜 너무 맛있었다. 배불리 먹고 차에 탔다. 우주는 과자를 몇 개 먹다가 잠들었다. 그 틈에 드라이브 스루에서 커피를 사 먹었다. 행복했다.


30분 정도 차로 달리다가 아파트 단지 사이로 들어가니 정말 갑자기 캠핑장이 등장했다. 깨끗하고 정갈하게 관리되고 있어서 입구부터 마음이 편안해졌다. 안내 받고 사이트로 올라와서 짐을 풀었다. 다행히 텐트 치는 동안 우주가 푹 잤다. 서방구 없이 첫 피칭에 도전했다. 생각보다 수월했고 친구도 캠핑 경험이 있어서 같이 하니 편했다. 데크에 피칭하는 것도 역시 처음이었는데, 사온 데크 팩이 문제 없이 잘 맞아서 텐트도 쉽게 고정했다.


다같이 개수대로 내려가 물을 긷고 채소를 씻어 돌아왔다. 삼겹살을 굽고 우주를 위해 김치볶음밥을 만들었다. 콩나물 국도 끓였다. 국간장을 가져오지 못해서 급하게  천일염으로 간을 했다. 우주가 이리저리 돌아다녀서 무슨 정신으로 먹었는지 기억은 잘 안 나지만 아무튼 맛있었다. 착착 정리하고 설거지도 둘이서 금방 해치웠다. 우주랑 나는 먼저 씻었다. 종일 따라다니던 찝찝함이 드디어 씻겨 내려갔다.


캠핑에 오면 늘 가스가 차고 화장실에 가지 못해서 답답하다. 오늘은 기필코 속이 편안한 상태로 자겠노라 다짐하며 물을 엄청 들이켰는데 큰 일은 기별도 없고 자꾸 작은 신호가 와서 화장실에 가느라 오르막 길을 몇 번이고 걸었다. 지금도 다녀왔는데. 이제 신호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 방금 화장실 가려고 텐트를 열어보니 안개가 자욱해서 습기에 텐트가 축축해졌다. 내일 볕에 마르려나. 온풍기 바람에 발이 따뜻해지니 노곤노곤 잠이 온다. 이제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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