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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문 Sep 30. 2022

22년 9월 29일 오랜만에 미세먼지 폭격

24개월 21일

자연을 떠나 기계에 의존해 살아야 하는 일상으로 다시 돌아왔다. 바람은 선선해도 뜨거운 햇살에 집이 달궈져 여전히 에어컨에 의지하고 있다. 거기에다 습도도 낮아져 가습기도 가동한다. 공기청정기는 이제 산소같이 익숙한 존재다. 우리 사는 이 작은 공간에서 덜 괴로우려고 얼마나 많은 기계를 사용하고 있나. 집에 있으면 지치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다. 몸이 고단해도 캠핑하러 가면 마음이 쉰다. 그래도 그 와중에 환풍기 덕을 보고 있다. 집을 아무리 열심히 청소해도 어디서 생기는지 모를 먼지 때문에 우주와 내 코에는 코딱지가 가득했는데, 필터 교체 알림이 떠서 한참 쓰지 않은 환풍기를 오랜만에 켰더니 코딱지가 안 생긴다. 비염인 우주도 덜 괴로워하는 것 같았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너무 심해서 창문 대신 어쩔 수 없이 켜봤던 건데. 창문을 열면 들어오는 먼지가 꽤 심했나 보다. 아무튼 코가 편안해서 너무 좋다.


캠핑 이튿날 아침은 누룽지에 된장찌개였다. 지난 캠핑부터 밀고 있는 메뉴인데 우리 캠핑의 시그니처로 만들어도 될 것 같다. 속도 편안하고 따뜻하고 맛있다. 캠핑장에서 철수하는 일이 좀 두렵긴 했는데, 서방구 없이도 무사히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정리를 마쳤다. 우주를 돌봐주고 알아서 척척 필요를 채워준 친구 덕분이다. 서방구가 접느라 죽을 뻔했다던 자충 매트도 유튜브의 힘으로 쉽게 접었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캠핑장에서 친구 집이 있는 금천구까지 가는데 부천과 광명을 지났다. 참 신기한 길이다. 친구 집에서 또 내비가 안내한 도시 고속도로로 달리니 갑자기 서울 만남의 광장 뒤로 이어지는 경부 고속도로가 등장해서 또 한 번 놀랐다. 우주는 한 시간 정도 푹 자고 또 남은 시간은 젠틀하게 앉아서 집까지 무사히 왔다.


집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빨래는 커다란 빨래 바구니를 채우고도 밖으로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주가 오는 길에 자긴 했지만 그래피곤한  같아서 점심을 먹이고 반강제로 재웠다. 버티게 두고 일찍 자는 것도 방법이지만 지금 이 난장을 조금이라도 수습하려면 우주가 자야만 했다. 나도 옆에서 조금 눈을 이다가 얼른 일어나서 빨래부터 처리했다. 쌓인 빨래를  개고 나니 우주가 일어났다. 장난감은 하나도 정리하지 못했지만 괜찮다. 내일은 서방구가 온다. 어차피 정리해봐야 다시 어질러지는 데는 삼십 분도  걸린다. 다른 정리는  감아버리고 우주랑 재밌게 놀았다. 저녁으로 토마토 로제 리조또를 만들었다. 우주는 토마토 볶음밥이라고 부른다. 배가 볼록하도록 우리   잔뜩 먹었다. 소화하는  한참 걸렸다. 아홉 시쯤 배가 꺼져서 우주랑 헬스장에 다녀왔다. 이번 주부터 달리기 시간이 5분으로 늘었다. 뿌듯하다.


돌아와서 우주를 손 씻으라고 세면대에 세워놨더니 물놀이 삼매경이길래 그 옆에서 후딱 씻었다. 개운했다. 우주는 그렇게 놀고는 잠이 쏟아졌나 보다. 우유를 달라더니 마시고 같이 누워서 종알종알 떠들다가 어렵지 않게 잠들었다. 설거지를 꼭 하고 자겠다는 일념으로 우주를 재우는 동안 눈 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설거지까지 마치고 오랜만에 서재에 앉아본다. 열두 시 반에 침대로 가야지. 즐거운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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