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문 Oct 13. 2022

22년 10월 12일 볕에 눈이 따가웠다

25개월 5일

길고 긴 하루였다. 뿌듯하고 멍하고 기쁘다가 또 외롭다가 행복하다가 삶에 의문이 들었다가도 희망이 차오르기도 하고. 삼시세끼 잘 차려먹고 우주와 즐겁게 보냈다. 청소기에 물걸레도 달아서 반짝반짝 깨끗하게 청소했다.


서방구가 출장 가고 없는 날은 버틴다는 기분으로 육아했다. 주말이 지나고 출장이 다가오면 전날 밤은 숨이 막히고 소화가 잘 안 되기도 했다. 결국은 잘 해내면서도 매번 긴장하고 두려웠다. 그런데 오늘 문득 버틴다는 기분이 생경했다. 나는 무엇을 버티고 또 어떤 것을 원하고 있는 걸까?


출장이 없어지면 덜 버티는 기분이 들까? 우주가 어린이집에 가는 날이 오면 숨통이 더 트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기면 괜찮을까?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행복은 늘 상황에 있지 않고 마음가짐에 있었다. 불평만 찾으면 불행한 삶이 되고 감사를 찾으면 감사한 삶이 된다. 열쇠는 내게 있다. 지금 여기서 행복해야지, 나중은 없다.


옛날이야기를 들려 달래 놓고 우주가 내 말을 가로챌 때마다 ‘아무튼, 그래서’ 하며 이야기를 이어나가곤 했는데 우주는 그 말이 맘에 들었나 보다. 우주의 유행어가 되었다. 말하다 생각이 안 나거나 그냥 무슨 말이든 하고 싶으면 하루 종일 써먹는다. 웃긴다. 이우구(우주는 ‘ㅈ’발음을 못해서 자기 이름을 우구라고 말한다.)


내일도 즐겁게 보내자. 아무도 쫓아오지 않으니 쫓기지 말자. 잘 먹고 잘 자자.

매거진의 이전글 22년 10월 9일 비 내리며 기온이 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